
전남도는 지금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점에 서 있다.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지속적인 인구 감소, 농어촌 공동화,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 돌봄 인력 부족 등 복합적인 사회 구조 변화 속에서 단편적 복지 확대가 아닌 구조적·통합적인 '사람 중심 신복지'의 도입이 절실한 시점이다. 복지를 단순한 행정 서비스가 아니라 도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스웨덴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 중심의 생애주기별 복지모델을 구축해왔다. 출생부터 노년까지 삶의 전 과정에 걸쳐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돌봄을 책임지는 체계는 세계적인 복지국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스웨덴식 복지는 분명 전남이 참고할 수 있는 선례다.
우선, 보편적 복지의 확대가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 전남은 도민 대부분이 농어촌에 거주하고 있으며, 소득과 자산 격차가 심하고 공공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복지는 복지 사각지대를 더욱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동수당, 기초건강검진, 기초보육비 등 기본적인 삶을 위한 서비스는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도민에게 제공돼야 한다. 이는 '기본은 모두에게, 더 필요한 사람에겐 더 많이'라는 복지 철학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또 생애주기별 복지 체계는 전남형 복지의 핵심 축이 돼야 한다. 영유아기에는 공공보육의 품질을 높이고, 농촌 보육기관의 접근성을 개선해야 하며, 청년기에는 정착을 위한 주거비 지원, 지역 일자리 연계 직업훈련, 지역 기반 창업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중장년기에는 생애 재교육과 가족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지 체계가 필요하고, 노년기에는 재가복지 서비스 확대와 치매 등 건강관리 지원이 전면화돼야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찾아가는 행복버스', 복지기동대와 같은 이동형 복지 인프라는 농어촌 지역에 최적화된 전남형 복지 모델로, 더욱 촘촘하게 설계·운영돼야 한다.
복지의 전달체계 또한 개선돼야 한다. 기존의 중앙-지자체-읍면동으로 이어지는 행정 중심 체계를 넘어, 읍면동 주민 생활권 중심의 복지 실현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읍면동 맞춤형 복지팀의 권한과 인력을 강화하고, 사례관리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등 실무인력을 중심으로 한 통합 돌봄팀을 구성해야 한다.
전남은 농어촌 중심 구조를 가진 지역으로, 도시형 복지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남형 농어촌 복지 모델을 따로 개발해야 한다. 예컨대 농한기에는 고령자에게 마을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 농번기에는 돌봄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계절 순환형 복지 구조, 또는 고령자 공동생활시설이나 마을 커뮤니티케어 기반 구축 등을 통해 공동체 중심 복지를 확대할 수 있다. '섬마을 복지전담 공무원'이나 '이동형 건강버스' 등 섬지역 특화 복지체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복지는 주민의 참여와 신뢰 위에서 지속 가능해진다. 이제는 행정이 제공하는 복지를 넘어, 주민이 설계하고 감시하며 함께 운영하는 '참여형 복지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주민참여형 예산제, 마을복지계획 주민 주도 수립, 복지 사각지대 발굴단 운영 등은 복지의 실효성과 지속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끝으로, 복지 정책은 재정 기반 위에서 작동한다. 하지만 단순한 지출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청년의 지역 정착을 도와 지역소멸을 막고, 고령자의 건강을 지켜 의료비를 절감하며,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해 위기사건을 예방하는 등 복지 투자는 장기적으로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이러한 '사회적 투자' 개념을 바탕으로 복지 재정을 설계하고, 주민에게 정책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납세자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전남도는 지금, 전국에서 가장 먼저 사람 중심 복지로의 전환이 필요한 지역이다. 지역의 한계를 복지로 극복하고, 복지를 지역 발전의 도약대 삼아야 할 때다. 스웨덴 모델은 하나의 참고일 뿐, 전남만의 맞춤형 복지 모델을 구축할 때에야 비로소 도민의 삶은 변화하고, 지역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사람 중심 복지는 제도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현장의 삶을 바꾸는 실천에서 완성된다. 전남형 사람 중심 신복지는 바로 그 실천을 향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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