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남·광주 통합적 비전을 가진 단체장이 필요하다.

@이민철 (사)광주마당 이사장 입력 2025.06.18. 17:44
이민철(광산구도시재생공동체센터장)

2026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누가 더 우리 지역만 챙길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기 쉽다. 그러나 지금 광주와 전남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인구 감소, 청년 유출, 산업 정체,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이제 필요한 건 '내 지역만 살리기'가 아닌 '함께 살 길을 찾는 리더십'이다.

광주와 전남은 행정구역상 나뉘어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경제·문화·생활적으로는 이미 깊이 얽혀 있는 하나의 공간이다. 광주의 대중교통을 타고 장성으로, 나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고, 광주 청년들이 전남의 청년 농부가 되어 귀농·귀촌을 실험하고 있다. 기업은 광주에 본사를 두고, 전남에 생산 공장을 둔다. 시민의 삶과 산업은 이미 연결돼 있는데, 행정만이 경계선에 갇혀 따로 움직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많은 이들이 "광주와 전남이 통합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의미는 명확하지 않다. 단순한 행정통합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계적이고 실질적인 통합, 즉 '내용 있는 통합'이다. 산업, 문화, 생태, 인구 전략 등에서 공동 목표를 세우고, 정책을 연결하며, 예산과 인프라를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광주의 인공지능 기술과 나주의 에너지산업을 결합한 'AI 에너지 클러스터', 광주의 청년 창업과 전남의 유휴 공간을 연결한 '청년 귀향형 지역순환경제', 순천과 담양, 목포를 아우르는 '남도 생태문화 관광권' 같은 프로젝트는 지금 당장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이다.

이 모든 협력의 시작점에는 단체장의 통합적 비전과 정치 철학이 있어야 한다. 2026년 선거에서 광주시장과 전라남도지사는 단지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동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광주와 전남의 공동번영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

"상생 발전을 위한 전략을 설계하고, 조정하며, 실행할 수 있는가?"

"지역 간 갈등을 중재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철학과 태도를 가졌는가?"

통합은 선언이 아니라, 설계이며 실행이다. 행정구역의 통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의 통합, 산업의 통합, 공동체의 통합이다. 지금 광주와 전남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 선거는 기회다. 이제 우리는 '누가 더 잘 싸우는가'가 아니라, '누가 함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광주와 전남의 통합을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미래 생존을 위한 시민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일부 행정가나 정치인들의 이슈로 치부되었지만, 이제는 시민 스스로 지역의 생존 전략을 결정하고 요구하는 시대다. 시민사회와 전문가, 청년 세대, 중소기업, 문화예술계, 농어촌 주민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광주전남 통합 비전'을 논의하는 공론장이 필요하다. 시민이 중심이 되어 "이제는 함께 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야 정치도, 행정도 움직인다.

둘째, 장기적인 공동계획과 통합 행정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 광주와 전남은 이미 교육, 교통, 환경, 산업 전반에서 정책을 공동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를 제도화하여 지속가능한 협치 구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10년 후에도 우리는 같은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2026년 지방선거는 단순한 인물 경쟁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를 어떤 틀로 재구성할 것인지, 누가 그 틀을 제대로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선택의 순간이다. 광주와 전남은 하나의 생명공동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지역 이기주의'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2026년, 통합의 비전을 품은 리더를 선택하자. 그것이 지속가능한 남도,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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