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답사 1번지 강진'은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저술한 고장이며, 시인 영랑 김윤식과 고려청자의 본향이라는 찬란한 문화유산을 품고 있다. 그러나 강진을 다녀간 관광객의 손에 남는 것이 고작 사진 한 장뿐이라는 현실은 실로 안타깝다.
일본 규슈 북서부의 사가현(佐賀縣)을 떠올려보자. 이곳의 도자기 마을은 찻잔, 수건, 책갈피, 노트 등 도자기와 연관된 다양한 생활용 굿즈로 가득한 매장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교토 기요 미즈데라(淸水寺)로 오르는 상점가 역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기념품과 과자 가게들로 활기를 띠며, 그 자체로 '문화 소비'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반면, 강진은 어떤가. 다산초당, 백련사, 영랑생가, 월출산 백운동 원림, 청자박물관, 가우도 등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명소들이 즐비함에도, 관광객이 손에 쥐고 돌아갈 만한 '굿즈'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단순한 아쉬움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회를 상실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다. 간헐적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판매점은 상품 구성이나 진열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관광 굿즈'인가? 관광 굿즈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매개체'이자 '지속가능한 소비의 연결고리'다. 관광객은 굿즈를 통해 감동의 순간을 물질적으로 간직하고, 일상속에서 자연스럽게 강진을 떠올린다. 굿즈는 말하자면 '일상 속의 홍보대사'인 셈이다. 더불어, 굿즈 제작은 소규모 공방, 디자인 스튜디오, 유통업체, 청년 창업자 등 다양한 지역 주체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
지난달 초, 가정의 달을 맞아 서울에 거주하는 후배 가족이 강진을 방문했다. 대학에 입학한 딸과 후배 부인을 위한 기념품을 찾던 중, 마땅한 상품이 없어 아쉬움이 컸다. 그 와중에 지역 향토작가의 작품 중 '강진 너 참 좋다'는 문구가 새겨진 머그컵을 발견해 선물로 드렸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서울 사무실 손님 접대용으로 쓰고 싶다"며 "가능하면 한 세트만 더 구해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까지 받았다.
강진 관광 굿즈 개발은 '스토리 기반 디자인'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산초당에서 마신 차, 영랑의 시구, 고려청자의 비색, 전라병영성과 한정식 등 '강진다운 서사'를 담아낸 굿즈가 필요하다. 예컨대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다산초당을 모티브로 한 20대 커플룩, '한 문장 하나의 디자인'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굿즈 등이다. 머그컵, 에코백, 마스킹테이프, 텀블러, 청자 문진, 필기구 등 일상에서 유용한 실용적 상품군을 확대하고, 디자인과 품질에는 젊은 감각을 반영하자. 기념품을 '생활 속 굿즈', '소장용 굿즈'로 확장해야 한다.
판매 거점의 전략적 조성도 중요하다. 청자촌 공동판매장 외에도 강진읍내, 주요 관광지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 강진역(驛), 오설록-'티하우스 강진'등 접근성과 유동 인구를 고려한 관광 굿즈 전문 소매점을 설치하자. '강진굿즈마켓'이라는 브랜드로 특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이를 위해 청년, 디자이너, 예술인이 협업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기반 굿즈 공모전'을 정례화하고, 우수작은 제품화하여 온·오프라인 판매까지 연계하면 좋겠다. 이는 지역 청년의 유입과 정착, 경제활동 기반 조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강진군의 관광 굿즈 육성 조례 제정과 굿즈 브랜드 개발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아우르는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해, 관광 굿즈 산업을 강진의 전략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관광 굿즈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의 확장이며, 지역경제의 디딤돌이고, '기억을 팔고 미래를 사는 전략'이다.
강진은 지금이 기회다. 다산의 실학 정신, 영랑의 감성, 청자도공의 예술혼, 전라병영성의 역사적 품격이 살아 숨 쉬는 이 땅에서 그 가치를 '일상으로 품는 강진'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이제는 "굿즈가 없어서 못 샀다"가 아니라, "강진이라서 사고 싶다"는 말을 듣게 될 때다. 관광은 체류로, 체류는 소비로 이어진다. 전국적 수범사례가 된 '반값여행' 정책에 이어, 관광 굿즈는 강진 관광의 다음 연결고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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