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육의 최전선이 흔들린다: 교사 자살과 교권 침해의 경고

@김용태 전)광주전자공고 교장 입력 2025.06.05. 20:01
김용태 전)광주전자공고 교장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육 현장은 한동안 침묵 속에 있었다. 그러나 얼마전 제주도에서 또 한 명의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교육계는 다시금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두 사건 모두 단순히 개인만의 비극은 아니다. 이는 오랜 시간 누적되어온 교육 현장의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무관심, 그리고 무너진 교권이 불러온 참극이다. 더는 외면할 수 없는 경고가 되어 우리 사회에 묻고 있다. "교사가 안전하지 않은 교실에서 과연 학생은 행복할 수 있는가?"

드러나는 수치, 가려졌던 고통

2024년 한 해 동안 전국의 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에 접수된 사건은 총 4,234건. 이 중 3,925건, 약 93%가 실제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되었다. 2020년 1,197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23년에는 무려 5,050건이 접수되어 정점을 찍었고, 2024년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침해 주체는 학생이 89.1%로 가장 많고, 보호자는 10.9%를 차지한다. 학교급별로는 중학교가 59%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는 청소년기 정서적 불안정성, 교육환경의 문제 그리고 제도의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침해 유형을 들여다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학생의 경우,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하거나(32.4%), 욕설과 모욕(26.0%), 폭행(13.3%)을 가하는 경우 등이다. 여기에 성적 수치심 유발(7.7%)이나 불법 촬영·딥페이크 제작 등 새로운 형태의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불법 촬영·딥페이크 사례는 2022년 7건에서 2023년 36건, 2024년엔 118건으로 폭증했다.

보호자에 의한 침해도 심각하다. 정당한 수업 방식이나 생활지도에 대한 반복적이고 부당한 간섭(24.4%), 모욕과 명예훼손(13.0%), 협박, 심지어는 상해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생활지도에 불만을 품고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생활기록부 기재, 우유 급식 등 직무 외 요구를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

아동학대 신고도 남용되고 있다. 2023년 9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1,065건 중 약 70%는 정당한 생활지도였다는 의견이 제출되었고, 수사가 완료된 438건 중 95.2%는 불기소 또는 불입건으로 종결되었다.

정부는 교권보호법(일명 교권 5법)을 제정하고,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엄정 대응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침해 유형은 더욱 다양화·지능화되고 있고, 교사들은 여전히 자신의 정당한 교육활동조차 무의식적으로 자체 검열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교사의 실질적 보호막이 되지 못하고 있다.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

제주 모 중학교 교사가 퇴근 후 밤늦게 학부모의 전화를 받지 않도록 하였다면 어땠을까? 모든 학교에 업무용 휴대폰을 1대씩 지급하고 학교에서는 관리자를 한 명 지정하고, 일과 후, 주말, 방학 기간 학부모들이 급히 학교에 알려야 할 일이 있으면 업무용 휴대폰을 통해서만 연락하도록 하면 된다.

교권침해를 일으키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상당수는 교육이나 상담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를 상담하다 정서적·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전문가의 검사와 상담, 치료를 통해 정서적·사회적 문제를 강제적으로라도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정서적·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학생을 교사가 혼자서 감당하다 보니 교육도 치료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방치되고 있고, 교권침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동복지법 17조(금지행위) '정서적 학대 행위'라는 애매한 규정도 시급히 개정이 필요하다. 정성적이면서도 지극히 감정적인 문제를 법령에 넣다 보니, 해석에 따라 이를 악용하거나,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빌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교권 침해에 대한 제재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학생의 경우 출석정지나 봉사활동이 주된 조치이며, 보호자의 경우 사과서 제출과 특별교육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피해 교사는 상담을 받거나 병가를 쓰는 것이 전부인 상황이다.

모두의 책임, 모두의 과제

물론 교육은 교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청,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활동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교육활동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때문에 교사가 존중받지 못하면 결국 학생의 학습권과 행복권도 지켜줄 수 없다.

교사가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학생이 존중과 배려를 배우는 교실, 학부모가 학교를 신뢰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교사 심리 회복 프로그램의 내실화, 학부모 대상의 교육권·교권 이해 연수 확대, 학생 대상의 공감 및 시민성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더는 늦출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교사가 감정노동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에 고통받고 있다. 교육은 곧 그 사회의 미래다. 그러한 교육을 최일선에서 담당하는 교사가 안전하지 못하다면, 우리의 내일은 결코 밝을 수 없다. 교사의 죽음이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기 위해 구체적인 대책을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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