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꽃 핀 쪽으로-무등산

@주홍 치유예술가 입력 2025.05.25. 17:53
주홍 치유예술가

"무등산에서 축제를 한다고? 동구 인문축제를?"

광주 사람들은 무등산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정신을 차려야 하고 정직해야 하고 자잘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야 하고 모두 다 행복해야 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무등산은 '무등(無等)'이라는 이름부터 등급이 없고 차별도 없어서 그 숲으로 걸어 들어가면, '나'라는 작은 개인에서 벗어나 '우리'가 되고, 우리는 전 인류를 너머 이름이 붙여지기 전의 자연 그 자체, 무한한 세계인 '배경 자아'와 연결된다. 광주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무등산에서의 희노애락 서사가 있을 것이다. 광주공동체는 그 품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까. 그래서 무등산은 어머니산이다.

1975년이다. 초등학교 1학년, 집이 망했을 때, 모르는 사람들이 신발을 신고 집에 들어와서 가구에 쪽지를 붙이고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숨죽이며 흐느끼던 며칠이 지나고 아버지는 말했다. "제일 좋은 옷을 입어라. 인자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헝께 앞으로 여행이란 없다. 무등산에 놀러가자."

중학생 둘, 초등학생 둘, 미취학 둘,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에도 살아남아 결혼했던 부모님은 이렇게 육남매와 함께 다시 살아보기 위해 무등산으로 마지막 가족여행을 떠났다. 내려오는 길에 증심사 관음전 석불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 흑백 사진 속에는 천진하게 웃고 있는 내가 그대로 있다. 무등산에 다녀온 뒤부터 아버지는 '농약 먹고 다 죽자'라는 말을 안 하셨다. 열심히 짐발이 자전거를 굴리시며 엄마와 함께 자식들을 가르쳤다. 우리 가족은 이렇게 치유됐다. 무등산에서!

광주 사람들은 1년을 보내고 마지막 날이나 새해 첫날엔 무등산 중봉(중머리재)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봄이면 진달래를 보겠다고 오르고 여름이면 숲속 계곡에 발 담그러 오르고, 가을이면 억새바람 소리를 들으러 오르고, 해가 뜨면 무등산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러 오르고, 보름이면 둥근달을 함께 보러 무등산에 오르는 광주시민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마지막 소제목에 나오는 '꽃 핀 쪽으로', '희망'을 다시 품게 하는 곳이다. 다시 힘을 내고 살게 하는 산이다.

2023년 동구에서 무등산 인문축제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짜 광주 축제'라고 생각했다. 올해 3회를 맞이하는 동구 무등산 인문축제의 주제는 '인문 For:rest'이다. 인문이 무엇인가? 사람답게 살아온 삶의 무늬가 나무의 나이테처럼 새겨진 것이 아닌가! 무등산 편백숲에서 책을 읽고 한강 작가의 명문장이 매달린 나무아래서 그림엽서를 쓰고, 함께 문장을 낭송하고 의재(허백련)와 오방(최흥종) 정신이 깃든 차를 마시며 기타치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낭만과 호사를 누리는 축제라니…. 무등산이라는 품이 있어서 광주는 얼마나 좋은가!

광주 정신은 다른 말로 하면 무등 정신이다. '가장 광주다운 축제'를 생각할 때 그 장소를 떠올리면 광주는 '무등산'과 '민주광장'이 핵심이다. 광주시민의 가장 오래된 삶의 무늬와 이야기가 축적된 무등산, 광주시민들이 고통스러울 때 자존을 회복하러 가는 치유의 산이다. 3번째 동구 무등산 인문 축제 '인문 For:rest'에서 무등 정신을 새기며 예술로 사람들이 연결되고 흥겹게 새로운 시대로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번 축제의 슬로건이 참 좋다. '꽃 핀 쪽으로 뽀짝, 희망으로 뽈깡' 광주 동구는 무등산과 민주광장을 품고 있다. 5월31일과 6월1일 무등산 인문축제에서 천진하고 순수한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무등산이 메아리가 되어 "얼씨구~" 추임새를 해 줄 것이다. "흥하라! 광주 동구 무등산 인문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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