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불 대응,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이동현 전남도의회 의원 입력 2025.05.21. 20:47
이동현 전남도의회 의원.

지난 초봄,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서 60대 진화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단기 계약직 신분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진화 작업에 투입됐고, 결국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산불철, 뉴스 속 산불진화대원은 늘 '노인'이다. 산불 진화 현장에서 고령의 대원들이 주축이 되는 현실은 단순한 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구조적인 시스템의 한계와 방치에서 비롯된 결과다.

산불진화대의 평균 연령은 이미 60세를 넘겼다. 대부분 3개월에서 6개월짜리 계약을 맺고 일하며, 하루 일당은 8만원 남짓이다. 체력소모가 극심한 산불 진화 작업에 정작 젊은 인력이 보이지 않는 건, 이 일이 저임금 단기 노동으로 구조화돼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정규직화를 피하고, 구조 개선에 손을 놓은 채, '싸고 빠르게 쓸 수 있는' 고령 인력에만 의존하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그 사이, 매년 산불 현장에는 등짐펌프 하나를 짊어진 60대 진화대원이 투입된다.

산불진화대가 고령화된 것은 단순한 인력 고갈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명백한 구조의 방치다. 문제는 현장에 투입되는 진화대원의 연령만이 아니다. 이들이 쥔 장비는 20년, 30년 된 노후 장비고, 방독면이나 방염복조차 지급되지 않는 곳이 많다. 진화용 헬기는 도입된 지 50~60년이 된 기종이 여전히 쓰이고 있으며, 사전 훈련도 부실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의 진화대원이 쓰러지는 것은 예외적 사고가 아니라 예고된 참사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단순한 '봉사'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산불진화대 활동은 상당수에게 실질적인 생계 수단이다. 지역 농민이나 노년층이 시기별로 농한기와 진화대 활동을 병행하는 구조가 일반화돼 있다. 그러니 단지 "고령자는 위험하니 배제하자"는 식의 접근은 현실을 보지 못한 시각이다. 정작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왜 이들이 화마의 중심에 있었는가"이며, "왜 이 구조가 방치되고 지속되어 왔는가"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산불진화대를 전면 교체하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 지금도 진화대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고령층이 있고, 그들의 자리를 일방적으로 없애는 것은 또 다른 생존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핵심은 이 구조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시스템을 보완적으로 설계하는 데 있다. 생계형 진화대원은 현장 정비나 예찰 등 저위험 작업에 주력하고, 초기 진화와 고위험 작업에는 체력과 전문성을 갖춘 상시 인력을 별도로 운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력투자와 예산 편성 의지가 필요하다.

사실상 고령층만이 산불진화대원으로 고용되는 현실은 단지 '노인만 지원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이 일은 청년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구조로 설계돼 있다.

하루 8만원의 일당, 3개월짜리 계약, 위험하고 고된 작업, 사고 발생 시 책임은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 반면, 구직 시장에서 선택지가 많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지금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한정된 예산으로 가장 효율적인 인력을 찾다 보니, 저비용 고령 인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이 구조는 '노인 외에는 선택지가 없도록 만든' 결과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지만, 작금 시스템의 결론이다.

고령 인력을 탓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그들이 지금까지 산불의 최전선을 지켜온 존재라는 점에서, 더 많은 존중과 보호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그들의 희생에 기대어 간신히 유지되는 체계라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 기후위기 시대, 산불은 더 거세지고 더 자주 찾아올 것이다. 이 속에서 우리가 지금처럼 구조를 외면한다면, 다음 비극도 자명할 뿐이다.

다시 묻는다. 왜 불은 노인만 끄고 있나. 이제는 이 질문에 사회 전체가 대답해야 할 때다. 진짜 바꿔야 할 것은 고령의 노동이 아니라, 그 고령 인력 외에는 아무 대안도 없는 지금의 체계다. 더 늦기 전에, 이 물음을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