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행정과 자본의 협상, 그리고 광주신세계 복합개발의 변수

@박홍근 나무심는건축인대표·(주)포유건축사사무소대표 입력 2025.04.17. 16:49
박홍근 건축사

지난 3일, 광주경영자총연합회는 광주신세계 확장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광주시와 인허가 기관의 조속한 지원을 촉구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지역 기업 간 유착이라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 역시 광주시가 이 사업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행정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본다. 전남·일신방직 공장 부지 개발에 보여준 통합행정·적극행정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 중요한 장소다.

사업에는 타이밍이 있다. 기업의 투자 여력과 방향, 우선순위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신세계에게 광주는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 중 일부에 불과하다.

2015년, 신세계는 지역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사업지를 광주에서 대전으로 옮긴 바 있다. 이후 많은 지역민들이 대전을 부러워했고, 뒤늦은 아쉬움도 남았다.

도시는 행정의 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본이 유입되어야 개발이 가능하고, 발전도 뒤따른다. 물 들어올 때 배를 띄워야 하듯, 투자 유치도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지원하고, 원하는 것을 얻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2024년 8월, 광주시에 협상안으로 제안된 '광주신세계 복합개발'은 단순한 상업시설 확장이 아니다.

광주의 관문 역할을 하는 종합버스터미널과 연계된 핵심 복합개발이다. 전남·일신방직 부지에 들어서는 상업목적의 초대형 백화점인 '더현대 광주'보다도 더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재 협상은 장막 속에서 지연되고 있는 것 같다. 2015년의 기억이 다시금 불안하게 떠오른다.

2024년 1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신세계 대표는 일본 도쿄의 롯본기 힐스를 비롯한 주요 복합개발 사례를 함께 답사했다. 도시를 만들어가는 양대 주체들이 현장을 직접 본 만큼, 분명한 인사이트와 방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에 따른 구체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숙성 중일 수도 있지만,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처럼 결정을 미루다가 적기를 놓칠 우려도 있다.

도쿄의 롯본기 힐스를 비롯한 '힐스 시리즈'는 콘텐츠, 공간구성, 디자인, 완성도 면에서 높은 수준의 도시공간을 구현했다.

광주 역시 이와 같은 완성도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사업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업자 입장에서는 시간도 비용이다. 결국 가장 큰 장애물은 사업성일 가능성이 크다. 행정이 원하는 방향과 자본이 추구하는 수익 사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사업자인 신세계는 지역에 필요한 콘텐츠와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호텔, 공원, 공연장, 미술관, 전망대, 대형서점 등은 시민에게는 공간복지를, 관광객에게는 쇼핑명소로 자리매김하는데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역 소상공인에게는 상생의 터전이 될 수 있어야 하며, 개발자가 필요한 시설도 조화롭게 포함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광주시는 제도적 범위 내에서 적극행정을 실현해야 한다. 전남·일신방직 부지 개발 당시처럼 통합행정과 신속한 인허가 조율이 요구된다. 이번 개발은 단순한 민간사업이 아니라, 도시의 관문은 물론 지역경쟁력을 새롭게 구성하는 전략적 사업이라 생각한다. 그에 걸맞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아파트 개발에 대한 유연한 인식이 필요하다. 복합개발에서 자기자본만으로는 수익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현금흐름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아파트가 유력하다. 콘텐츠와 도시공간을 완성하고, 주변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세대수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전남·일신방직 부지에는 4,300세대를 허용했다. 이곳을 잘 개발하고 광천사거리 교통을 해결하는데 만약 아파트 1천세대 정도 건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도 허용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고 있다. 국가든 도시든 개인이든 마찬가지다. 도시는 외부 자본 없이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유통과 소비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수익이 예상될 때 투자한다. 그 수익이 지역 발전과 맞물릴 수 있다면, 과거의 틀을 벗어나 과감하게 접근해야 한다.

광주의 지리적 조건은 유리하지 않다. 자본도, 시간도, 기회도 광주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민과 관이 함께 결단을 내릴 때다. 놓친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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