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신기록 공개는 진상규명으로 가는 디딤돌

@김정희 변호사 입력 2025.04.13. 19:41
김정희 변호사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는 4월7일이면 100일이 됩니다. 하지만 수사나 조사에서 뭐하나 밝혀진 것이 없고, 배상이나 합의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원인은 여전히 안개 속에 묻혀 있다. 진실을 밝히려면 계속 묻고 따져야 하는데, 언론에서도 사고 원인을 다루지 않게 된 지 오래다.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지만, 우리는 너무도 빨리 이 비극을 잊고 있는 듯하다.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되어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 중이지만, '항공사고'라는 특수성 탓에 진상규명 관련 내용은 담기지 못했고, 그마저 탄핵 정국 속에서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져 법 통과 시점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전남경찰청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사고 책임자 한 명도 입건하지 못하고 내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블랙박스 기록을 통해 사고 원인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블랙박스(CVR, FDR)는 충돌 전 4분간 작동하지 않아 기록이 없다고 한다. 전원이 끊겨 작동이 멈췄다는 건데, 사고를 기록하는 장치가 사고 직전에 저절로 꺼졌다는 말에 피해자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그야말로 황당무계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소속 조사단의 사고 경위 발표 역시 의문투성이다.

첫째, 기장이 복행(Go-Around)을 선택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활주로 부근에 새떼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착륙 도중 활주로 부근에 조류가 발견되어도 그대로 착륙하는 것이 매뉴얼에 부합하다. 그런데 기장은 왜 매뉴얼을 어기면서까지 복행을 시도했을까?

둘째, 복행을 하면 보통 비행기는 약 10~15분간 크게 선회한 뒤, 다시 착륙을 시도한다. 안전 고도를 확보하고 승무원과 비행기가 다시 착륙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고기는 고도를 올리고 랜딩기어를 접은 뒤, 단 1분 만에 기수를 180도 꺾어 급히 유턴했고, 랜딩기어도 다시 내리지 않은 채 동체 착륙을 했다. 복행을 결정한 직후 어떤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갑작스럽게 유턴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도대체 그 긴박한 사정은 무엇이었을까?

셋째, 랜딩기어는 왜 다시 내리지 않았을까요? 유턴 기동을 할 수 있을 정도라면 엔진 동력이 살아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복행 중 랜딩기어를 올렸다면, 다시 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부기장석 옆에는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릴 수 있는 레버가 있어서 복잡하지 않은 조작으로 내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기장과 부기장은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 까?

사고 조사단의 발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가장 먼저, 사고 직전 4분 동안 블랙박스 기록이 없다는 점이 이상하다. 해당 기종은 왼쪽(1번) 엔진으로 블랙박스에 전원을 공급하고, 이 엔진이 꺼지면 오른쪽(2번) 엔진으로, 두 엔진 모두 꺼지면 기장은 보조엔진을 작동시킨다. 결국 블랙박스가 꺼지려면 두 엔진이 모두 멈추고, 기장이 보조엔진도 작동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블랙박스가 멈춘 후에도 엔진 동력은 살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블랙박스 기록이 끊긴 시점 직후 비행기는 복행을 했다. 고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엔진이 작동해야 하고, 날개의 플랩과 슬랫이 움직여야 한다. 실제로 사고기는 고도를 상승시켰고, 랜딩기어도 접었다. 이런 행동이 가능했다는 것은 엔진과 유압 계통이 작동 중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블랙박스에만 전원이 끊겼을까? 마치 집 전체 불은 다 켜져 있는데, CCTV만 꺼진 느낌이다.

둘째, 사고 조사단은 '복행 후'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초 발표에서는 기장이 복행 전에 '메이데이'를 외치며 '버드스트라이크', '고 어라운드'라고 관제탑과 교신했다고 밝혔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다.

조사단이 교신기록을 비공개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사건의 의문을 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증거는 기장과 관제탑의 교신기록이다. 블랙박스도 없는 상황에서는 이 기록이 진실에 다가가는 유일한 단서다. 당연히 피해자들과 유족들에게 공개되어야 마땅하다.

관련 법률이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협약도 교신기록을 무조건 비공개하라고 정하지 않는다. 항공·철도사고조사에 관한 법률 제28조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만 되어 있어, 공개 여부는 위원회의 재량이다. 공익을 위한 정보라면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교신기록은 사고 원인에 다가갈 수 있는 핵심 정보이고, 불행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진상규명은 필수이며,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료다. 사고 원인과 관계없는 개인적인 발언이나 사생활 관련된 부분은 비공개 처리하면 된다. 유족들의 알권리도 조사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것이다.

이번 참사는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형 참사였다. 피해자 대부분은 광주·전남 지역에 살던 이웃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다. 그 날을 기억할 것이다. 진실이 침몰하지 않도록 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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