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맑은 샘, 끝없는 강물

@무등일보 입력 2025.04.06. 15:17
강정채(전남대학교 명예교수·담양군 수북면)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대한민국 헌법재판소: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시골집 마당, 큰 자목련 한 그루, 고귀한 자태의 연분홍 꽃이 활짝 핀다. 늘그막에 마련한 작은 집의 넓은 마당에 해마다 찬란한 봄을 전했고, 우리는 그 봄을 반겼다. 금년에는 때가 되어도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고 있어서 속마음으로 더러운 숨 내쉬는 놈과 숨쉬는 공간을 같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가 여겼더니 더러운 놈이 파면되는 순간에 꽃들도 한숨 내뿜으며 활짝 핀다. 반갑다. 조금만 기다리면 서쪽 마당 모란도 피겠지. 금년에는 마당 가운데 맑은 물이 솟는 샘이라도 파야 하나? 나는 늙어 갈길이 바쁘니 그 샘 못 마셔도 뒷사람들 맑은 물에 마음 흠뻑 적시고 이웃과 함께 나눈다면 !

장하다 우리 국민, 아름답다 우리 강토, 오늘 새롭게 깨닫는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정여립), "사람이 한울이다"(동학)의 뜻이 이어진 나라에서, 강압의 식민지배를, 우방을 빙자한 패권에 시달리던 시절을 벗어나고, 무능한 정권과 동족상잔의 무자비한 전쟁(625전쟁)을 견디고 살아남은 우리는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치장한 독재와 양민학살을 자행한 정권을 젊은 피로 물리친 자리(4.19혁명)에 무능한 자들이 국정을 주무르다가 군복들에게 또다시 독재의 강압을 허용한 자리(5.16 군사쿠데타)에서 민중의 피와 절규로 독재자를 물리치고(1979.10. 부마항쟁)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던 봄(1980년 봄)에 또다시 총과 칼을 휘두르는 악마의 무리에게 이 강토와 우리 민중은 끝모를 고통을 겪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에서 이어진 1987년 민주화 대성회에 이르러 헌법을 바르게 고치고도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 정권을 교체하는 감격을 맞았으며 이 때를 우리의 민주주의 발전과 정착의 토대로 삼아 우리는 스스로의 자긍심을 높이고 멀고 가까운 이웃 나라들이 대한민국의 건실한 민주주의를 올려다보는 자리로 오르고 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자발과 자주의 가치를 깨득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상당한 기간을 정체 또는 후진한 시절이 있어 더디게 느끼기도 했지만, 때를 깨달은 우리 민중은 어느 나라에서도 이루지 못한 직접민주주의의 방식으로 정권을 바꾸고(촛불혁명) 온 세상의 눈을 고처주기도 했다. 세계 여러 곳에서 부러움과 질시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남과 북의 새로운 관계정립에도 희망을 가지던 때도 있었다. 정치지도층의 긴장이 풀린 무능한 태도가 그리고 소통이 사라진 때에 엉뚱하게도 거짓을 일삼고 무능하며, 방향을 잃은 자들에게 나라의 운전석을 내주고 말았다. 그 뒤 3년, 후퇴하는 민주주의를 경험하면서 국민은 또다시 깨어난다. 무능, 야만의 이기심, 타락한 전제집권세력의 퇴진을 요구하여 이제 그들을 징치한다. 우두머리와 그에 동조하거나 부추긴 세력들을 낱낱이 찾아내어 청소를 해야 할 때가 왔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 나서자.

나라를 집어삼킬 듯하던 큰 불길을 잡아가고 있지만 불은 아직도 꺼지지 않았다. 불을 완전히 끄는 일은 또 우리의 몫이다. 화마에 할퀸 자리에 다시 민주주의의 숲을 가꾸자. 새들이 깃들고 노루와 토끼가 뛰어노는 땅에서 부모형제 아이들이 함께 사는 숲을 가꾸고 지키자.

몽둥이를 든 도적떼를 맨손으로 잡아 뿌리뽑는 일의 어려움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우리는 잘하고 있지 않은가. 도둑의 소굴을 불태워야 한다. 아름다운 강토를 지키면서 소굴을 불태우는 일이 어려운 줄 알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지치지 말고 끈질기게 한다면. 이 일의 적임자는 우리 깨어있는 시민이다.

지난 해 12월 3일을 시작으로 120여일 동안 도둑들의 총과 칼을 막고 민주의 삶을 지킨 건 맨손의 시민이었다. 총을 들고 국회를 침범한 군인이 철수하면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절하던 젊은이는 제복 입은 시민이다. 아직 살아있는 힘 앞에서 권한을 남용하는 자들을 준엄하게 꾸짖는 시민들의 힘을 우리는 보았다. 그 귀한 힘 모아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자들이 권한을 어디에 쓰는 것이 옳은가를 알게 하자. 민주와 조화를 살리기 위하여.

앞마당에 맑은 물 솟는 샘, 내 가슴에 맑은 기운 가득한 샘 마련하여 맑은 강이 끝없이 흐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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