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병 속 잔잔한 수면 아래, 작은 새우 세 마리가 살고 있다. 자세히 봐야 보이는 작은 생명이 오늘 아침 또 한 번의 껍질을 벗는다. 호담이다. 갈색의 투명한 새우, 다른 둘과는 조금 다른 기운을 지닌 이 작은 존재를 나는 '호담'이라 이름 붙였다. 오늘 아침 호담이 또 하나의 껍질을 남기고 새로운 몸으로 유영을 시작했다.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는 순간,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그는 자신의 낡은 몸을 벗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거의 없다. 여전히 조그맣고, 여전히 투명하며, 여전히 연약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것이 단순한 물리적 현상을 넘어선 '존재의 변화'라는 것을. 그 속에는 생존의 치열함, 반복되는 순환의 의지, 그리고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기 위한 숙명이 담겨 있다.
나는 호담의 탈피를 바라보며, 문득 사람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은 물리적인 껍질을 벗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 역시 살면서 수차례 탈피한다. 스스로를 깨뜨리고, 낡은 생각과 감정, 정체성과 역할을 벗어내며 새로운 세계로 걸어 들어간다. 그 모든 탈피는 분명 고통스럽다. 익숙함을 벗고 낯섦 속으로 스며드는 일이니, 어찌 고통이 없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인간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며, 다른 차원의 '연기'를 요구한다.
나는 이것을 '역할연기'라 부른다. 삶은 거대한 무대이고, 인간은 끊임없이 바뀌는 대본을 받아든 배우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의 자식이라는 역할을, 젊은 시절에는 사회의 일원이라는 역할을, 그리고 나이가 들면 어떤 책임을 지닌 리더로서의 역할을 맡는다. 그 역할은 절대 고정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고, 사람과 관계가 바뀌고, 나 자신이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은 탈피하지 않고는 새로운 역할을 해낼 수 없다. 어제의 가치관, 어제의 말투, 어제의 판단으로는 오늘의 무대에 설 수 없는 것이다.
삶은 늘 나에게 질문하게 만든다. 지금, 나는 어떤 껍질 속에 있는가? 그리고 나는 그 껍질을 벗을 준비가 되었는가? 누군가는 그것을 회피하려 하고, 누군가는 그 변화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며 주저앉는다. 그러나 탈피하지 않으면 삶의 다음 장면으로 나아갈 수 없다. 진짜 성장은 불편함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가면은 쉽게 벗을 수 있지만, 껍질은 고통 없이 벗을 수 없는 법이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도 역시 하나의 배우이며, 국민 앞에서 연기해야 하는 인물이다. 나는 한국의 대통령 또한 진즉 탈피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사의 모습을 벗고 정치인이 되었을 때, 정치인의 껍데기를 벗고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전의 모든 것을 다 벗고 다시 태어났어야 한다. 같은 사람이라도, 탈피 이후에 새로운 모습으로 새롭게 연기하는 이가 되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리더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전과 같은 말투, 판단, 표현, 태도는 이미 낡은 껍질처럼 굳어 있다. 그것을 벗어내지 않으면, 그 역시 더는 무대 위에 설 자격이 없다. 늦었다. 국민은 이제 새로운 배우를 보고 싶어 한다.
리더는 결국 변화의 상징이어야 하며, 그 변화는 탈피를 전제로 한다. 그 누구보다도 먼저 껍질을 벗고, 먼저 흔들리고, 먼저 성장하는 자여야 한다. 리더가 고정된 껍질 속에 안주할 때, 공동체 전체는 멈추고 만다. 대통령이 쉬면 5천만명이 쉰다. 그가 1년을 쉬면 5천만년이 쉰다. 쉬어서는 안될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나는 호담을 보며 그것을 배운다. 그 조그마한 새우도, 자신의 생애 동안 수십 번의 탈피를 하며 살아간다. 그때마다 더 크고, 더 단단한 존재가 되어간다.
그렇기에 나도, 이 사회도, 우리 지도자들도 탈피해야 한다. 어제의 나를 벗고 오늘의 나로. 오늘의 나를 벗고 내일의 나로... 그것이 곧 '살아 있는 존재'의 숙명이고, 그것이 바로 삶의 무대에서 우리가 해야 할 연기이자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 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이 다음 장면을 준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는, 끊임없이 탈피하며 살아가는 존재들만이 진짜 배우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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