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지난해 한강 작가님이 노벨상 수상 강연에서 하셨던 이 말씀이 지난 3개월간 내내 제 머릿속에 화두처럼 맴돌았습니다.
무고한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누라고 지시한 인간의 뻔뻔함에 치를 떨다가,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광장을 밝게 물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럽 서쪽의 섬나라인 아일랜드에서 윤석열 탄핵 시위를 하는 이찬솔입니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들어와 막 2주가 지난 때에, 친구에게서 연락을 받고 뉴스를 보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고는 믿기 힘든 소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장갑차에 맨몸으로 맞선 어르신들, 문제집을 풀며 밤새 국회 앞을 지키는 학생들, 빛나는 응원봉을 들고 윤석열 탄핵을 외치던 수많은 시민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큰 부채감이 마음 한 켠을 짓누르곤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 곳 아일랜드에 있는 한인들 중에서도 뜻이 맞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함께 모여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시위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일랜드 한인 천주교 성당, 더블린 한글 학교, 한인 마트 등에서 물품을 지원해 주었고, 참여하는 개인분들도 각자 피켓, 태극기, LED 촛불과 간식까지 챙겨와 서로 나누면서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시위에 참여했던 심여진 님은 "한국의 시위에는 참여하지 못하지만, 외지에서도 뜻이 있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 감동했습니다." 라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지구 반대편인 이 곳에서도 쉽게 한국의 소식을 접할 수 있기는 하지만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데, 시위를 통해 연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멀리서 바라봐야만 하는 교민들의 불안감에도 조금은 위로가 된다고 느낍니다.

아일랜드에 거주한지 이미 25년을 훌쩍 넘겼다는 한정아 님은, "외국에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정체성과 소속에 대해 자꾸 고민하면서 뿌리인 한국에 대해서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생각하게 된다" 하시며 시위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일랜드의 Secondary School(한국의 중고등학교에 해당)에 근무하면서,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부쩍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K-POP과 드라마 등의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며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비상 계엄으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 직장 동료들도 저만 보면 너희 나라 괜찮냐 물어보는데, 이렇게 대한민국의 위상을 단번에 바닥으로 떨어지게 했다는 게 너무 화가 났어요."
한정아 님의 남편인 아일랜드인 Paul McGrath 님도, 배우자가 한국인이라 자연스럽게 한국의 정치 상황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기 때문에 이번 비상 계엄이 더욱 충격적이었다고 했습니다.
"50년이 넘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매우 위험하고 위협적인 행보였습니다. 하지만 비상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국회로 달려가 담을 넘은 국회의원들과 광장을 가득 메운 젊은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는 전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현상황에 큰 메시지와 교훈을 줄 것입니다." 라는 말씀을 전했습니다.
아일랜드는 비교적 한인 교민 사회가 작다 보니 시위를 자주 열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관저 앞에서 체포를 촉구하며 거센 눈발에도 밤샘 시위하던 모습, 트랙터를 끌고 올라오신 농민들과 함께 연대하기 위해 남태령에 모였던 수많은 분들을 보며 다시금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우리는 지구 반대편 먼 곳에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서 네덜란드 교민들과 함께 공동 모금하여 광화문 집회 현장에 푸드 트럭을 보내 응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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