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교육 확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내년부터 초등학교 3,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보급한다. 일단 영어, 수학, 정보 과목을 대상으로 AI 교과서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본 뒤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 교과서에 대한 반응은 찬반이 갈린다. 찬성 측은 개별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고 교수 학습자료의 데이터 활용이 교육의 효율을 높인다는 점에 점수를 줬다. 반대 측은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 저하, 디지털 과몰입, 교사별 AI 교과서 활용 격차 등을 우려한다.
전남도 AI를 활용한 교육에 나서고 있다. AI 수학학습지원플랫폼 활용 시범학교인 영산포여중을 비롯해 30여 곳의 학교가 AI를 수학에 활용하고 있다. 시범 교육의 특성상 새로운 교육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한 AI 교육 기대감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AI 교과서의 공교육 접목은 대세다.
IT 강국인 한국의 위상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중국은 2017년 '차세대 AI 개발 계획'을 세우고 AI와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학교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AI 기반 학습 분석, 얼굴 인식 출석 시스템, 실시간 학습 피드백 도구가 사용되는 스마트 교실이 중국 교육의 대세로 떠올랐다. 약 2억7천만명의 초·중·고 학생이 있는 중국은 '교육 디지털화 2.0'의 강력한 추진에 따라 2025년 초·중·고생의 78%인 2억1천만명이 스마트 교실에서 공부할 것으로 예상된다.(데이터 브릿지 마켓 리서치)
미국은 초·중등의 AI 교육을 위해 'AI4K12 이니셔티브'를 통해 AI 교육 가이드라인과 교육과정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국립과학재단(NSF), 미국인공지능협회(AAAI), 컴퓨터과학교사협회(CSTA)가 참여하고 있다. 또 여러 주에서 컴퓨터 과학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 학생들이 AI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I 교육 도입에 우리가 참고해야 할 나라는 핀란드다.
핀란드 AI 교육은 AI 기초 교육, AI 윤리 및 사회적 영향, 실질적 AI 활용 능력이라는 뼈대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나라의 AI 교육은 국가교육회의가 주도하고 있다. 국가교육회의는 2017년 디지털 기술 교육이 모든 학년에서 필수적이라고 선언하고 '핀란드 AI 전략'을 발표했다. AI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높이고 교육 체계에 AI 도입을 위한 설계를 위해 정책 결정자, 교육 전문가, 기업, 학교, 학생을 참여시켰다. 결과물은 '엘리먼츠 오브 AI'로 나왔다. 헬싱키대학교와 기술 기업 리액터가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모든 국민에게 AI의 기본 개념과 윤리적 문제를 학습하는 도구로 쓰이며 핀란드 AI 교육의 상징이 됐다.
최근 AI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두고 시도 교육감들 사이에 이견이 노출됐다. 강원, 경북, 대구, 제주, 충북은 AI 교과서의 교육 자료에 반대했고 서울·인천·세종 등 6곳의 교육감은 찬성했으며 전남 등 6개 지역은 기타 의견을 냈다. AI 교과서를 두고 유·초·중등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들조차 합의가 힘들다는 걸 드러냈다.
AI 교육의 교실 도입에 앞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게 있다.
한국의 과잉 경쟁 교육 완화에 AI 교육이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는가를 숙의하는 것이다. 한국 교육은 줄 세우기식 교육으로 인해 수많은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이 부작용은 AI 교과서, 스마트 교실 등 장점이 많은 온갖 교육 방법론이 도입된다 해도 상대 평가를 바꾸지 않으면 공염불이 될 것이다. 상대 평가의 정점에는 수능이 있으니 결국 수능이 바뀌지 않고는 도입되는 AI 교육도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한국도 당연히 AI 교육이 교실에 들어와야 한다. 전제는 사회적 합의와 교육 당사자들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것이다. 그래야 AI 교육이 한국 교육의 기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육정책 수립에 30년을 쓴 핀란드만큼은 안돼도 정책 도입 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한다. 교육에서 빨리 빨리는 털어내야 할 악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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