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쓰레기와 헤어질 결심과 기록

@서동천 전라남도환경산업진흥원 시험평가실장·공학박사 입력 2025.01.01. 17:47
서동천
전라남도환경산업진흥원 시험평가실장·공학박사
Evoto

지난 해11월 언론보도에 따르면, 태평양에 한반도 약 7배 크기의 쓰레기섬(160만㎢)이 떠다닌다고 한다. 이 쓰레기의 배출국을 분류해 보니 한국이 3위이고, 최근 4년간 가장 크게 비중이 늘어난 국가 1위라고 한다.

쓰레기는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 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이라고 말한다. 쓰레기는 조개껍데기 같은 것을 모아서 버린 선사시대부터 쌓였다. 현대사회는 생활의 편리를 위한 인류의 발명품 플라스틱까지 넘쳐나고 있다.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리고, 쓰레기섬은 커가고 있다. 편리함에 반해 쓰레기가 환경과 생태계를 오염시켜서 마침내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실정이다.

멀지 않은 과거에는 쓰레기를 격리,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드는 데에 급급했다. 태워버리거나 묻어버렸다. 문제는 묻었던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가스와 침출수가 나오는 등 환경을 황폐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가려면 쓰레기와 헤어져야 하고 그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1995년부터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하여 단순히 태우거나 묻지 못하게 하면서 재활용할 수 있는 물질은 쓰레기와 분리하여 배출하도록 하였다. 플라스틱, 종이상자, 우유갑 등으로만 구분한 것을 음식물쓰레기 따로, 스티로폼 따로, 투명한 페트병도 분리 대상이다. 땅에 묻는 것도 쓰레기를 미생물에게 먹이고 남은 것과 불에 태워 최소화한 재다.

최근에는 격리에서 한 걸음 나아가 쓰레기 수거와 운반, 소각, 매립에서 재활용, 연료화, 에너지 회수가 이루어진다. 발생 열을 회수하여 다시 쓰고,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짚어야 할 사항이 있다. 쓰레기에 관한 데이터 관리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시군구 단위 폐기물 특성 조사나 기초 연구는 크게 줄었고, 전문적인 특성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던 대학들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 19 대유행 시기에 쓰레기봉투에서 일회용 마스크가 쏟아져 나왔듯 폐기물은 상황과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비닐은 얼마나 들었는지, 물기는 어느 정도나 되는지 쓰레기의 특성과 변화를 알아야 한다. 일회성으로 한두 군데 쓰레기를 조사해서는 대표값을 찾기 어렵다. 데이터를 축적해야 적기에 안정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고, 자원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하거나 감축되는지 계산할 수 있어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적 계획 수립이 가능하다.

전라남도환경산업진흥원은 전문인력과 원소분석기, 열량계 등 분석기기를 갖추고 환경부가 인정한 국내 최고 수준의 시험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처리시설 운영 및 탄소중립을 지원하기 위한 폐기물의 각종 성분에서 발열량까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에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먼저 공감한 목포, 순천, 광양, 담양, 장흥, 무안, 장성, 진도 8개 시군, 경기도, 제주도의 지자체를 지원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데이터가 쌓이면 빅데이터가 되고 이를 기반으로 폐기물처리 대책을 계획·설계하고 운영정책을 시행하여 효과를 내고 평가도 할 수 있다.

세계 4위의 플라스틱 생산국인 우리나라는, 앞으로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을 유엔(UN) 플라스틱 협약 등 세계의 감축 압력에 직면해 있어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강화해야만 한다. 우리나라가 쓰레기 배출국의 오명을 벗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려면 도시와 농어촌, 공단, 항만, 섬까지 광범위한 특색에 따라 달라지는 쓰레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합한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재차 강조하자면 전라남도의 청정 환경, 지구와 공존을 위해 쓰레기와 헤어지려면 데이터의 기록이 선행조건이다.

국토에 널려있는 쓰레기를 분류하여 모아서 일정 장소에 놔두면 전문기관, 기업이 자원과 에너지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이후 쓰레기를 제품원료로 다시 쓰는 것뿐만 아니라 열분해하여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 생산도 가능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설정하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2021년 제출하였는데 쓰레기 재활용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는 노력은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쓰레기 관리와 자원화 연구개발에 민·산·학·연·관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예를 들면 시민들은 일회용 컵 안 쓰기 등 다양한 실천과 함께 발생한 양을 수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시민, 기업, 대학, 연구기관의 실천과 협력이 있을 때 쓰레기 처리와 자원화에 시너지가 나올 것이다. 녹색환경 전문기관의 중심에 전국 최초로 특화된 전라남도환경산업진흥원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심과 성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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