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뭣이 중헌디'를 일깨워준 남도인 편지

@박해현 초당대 글로벌화학기계공학과 부교수 입력 2024.09.26. 17:48
박해현, 초당대 글로벌화학기계과 부교수

토요일(9월 21일) 전남교육청이 주최한 제14회 전남 역사 탐구 대회가 열렸다. 일제강점기 소록도 나환자촌 환자인 이춘상이 환자들을 강제노역시키는 일본인 갱생원장을 살해하였다는 내용을 소개하였다.

이춘상은 사실 우리에게 낯선 인물이다. 녹동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이춘상의 항일운동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하였다. 영상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였고, 도저히 중학교 1학년이 제작하였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수작이었다. 갈수록 대회의 열기가 뜨겁고 수준이 높아진다.

남도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교육청의 의지와 역사 교사의 뜨거운 열정, 여기에 의향 남도인의 뜨거운 피가 면면히 흐르는 학생들의 역사의식이 쌓인 결과이다. 폭우에도 대회장을 찾아 준 이재태 전남도의원의 관심도 큰 힘이 되었다.

지역사는 곧 글로컬 사회의 중요한 토대이다. 역사는 객관적 사실을 밝혀 그것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내려질 때 비로소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춘상은 아직 독립운동가 서훈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 포상 신청이 되었는데 안 된 것인지, 아직 신청이 없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이 기회에 살피려 한다. 전라남도에서 광역시도 가운데 최초로 1,023명의 미서훈 독립운동가를 발굴 포상 신청한 사업은 정말 뜻깊은 일이었다. 보훈부에서 순차적으로 심사 중인데 고무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이들의 공적을 입증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후손들의 애타는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몸은 힘들지만, 소명 의식으로 버틴다.

1942년 광주사범학교 학생들이 조직한 무등독서회는 임시정부와 연계된 비밀조직이다. 1944년 10월 조직이 발각되어 1945년 8월 16일 해방을 맞아 석방될 때까지 10개월 가까이 유치장에서 고문받았다.

이 단체를 결성한 옥대호 선생(전 무안청계중 교감)은 1925년생이었다.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식민지 교육을 철저히 받았음에도 목숨 건 항쟁을 하였다.

민족정체성이 살아 있었음을 의미한다. 일본인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 최근 일제강점기 시대 우리 국적은 일본이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꽤 있다. 이들은 누구인가!

미서훈 독립운동가 발굴 작업 과정에서 많은 선열을 만났다. "보성에서 서당 학생들이 시위하였다"라는 한 구절을 근거로 보성 3·1운동의 실체를 찾아냈다. 8명 포상 신청을 하였다. 작년 작고한 부친의 유품에서 발견한 책 속에 찾은 목포 출신 정인수가 1902년 하와이 이민단 1진 통역관임을 확인하였다. 정말 우연과 우연의 연속이었다. 이들이 예심을 통과하였다. 눈물이 쏟아진다.

독립운동의 실체를 밝히는 작업이 중요하다. 전라남도가 지역의 정체성의 토대를 구축하는 일에 역량을 집중한 일은 아무리 자랑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김영록 지사의 높은 역사의식에 고마움을 표한다. 이러한 토대 위에 콘텐츠가 제작되어야 감동이 있는 것이다. 기초 작업은 소홀히 한 채 전시성 행사에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무안 고을 한 시민이 광복회에 보낸 편지글을 송인정 전남지부장이 보내왔다. 가슴이 아팠다. 일부를 소개한다.

"제가 편지를 쓰는 까닭은 내년 광복 80주년 광복회 기념행사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이 반영되지 않고, 광복회 산하 학술원 예산이 삭감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 대한민국 영토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대한민국의 말과 풍습과 역사를 갖고 살아가고 있는 것에 무한한 감사를 느낍니다. 일본으로부터 광복하였기에 근대화를 이룬 대한민국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응당 대한민국 국민에게 역사적 사실의 고난과 불행과 집념과 희생, 지금의 우리 행복을 알리고 독립유공자들과 우리 민족의 위대함을 고취, 고양하는 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캠페인, 문화예술제, 태극기 제작 설치, 경축 드론쇼 … 이러한 것들은 앞서 든 행사 없이는 그저 극장에서 영화 한편 보는 여가 생활에 불과합니다. 동봉한 금원은 비록 소액이지만 마이너스 통장에서 인출한 것입니다. 1945년 8월 15일 국권을 되찾아 한명 한명이 집단을 이루고, 거대한 군중이 모여 만세를 외쳤던 것처럼, 광복회에서 내년 80주년 진정한 의미의 광복행사를 하는 데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분들께도 지금의 대한민국을 되찾고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뭣이 중헌디"를 일깨워주고 있다. 광주송정역 건너편 폐가로 있는 광주학생운동의 영웅 이경채 선생의 생가, 잡초가 무성한 한국광복군 나월환 장군의 생가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는 탐구대회 대상을 받은 나주 봉황고 학생들의 울부짖음. 화려한 영상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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