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필자는 광주광역시를 찾아 한국무역협회 광주전남지역본부와 광주그린카진흥원과 3자 MOU를 체결했다. 광주 소재 유망 모빌리티 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고 더 나아가서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의 연결을 돕기 위함이었다. 모빌리티 펀드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사다. 필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망 모빌리티 기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광주를 방문할 수 있게된 건 글로벌 투자사들의 채널 역할을 해주는 한국무역협회 덕분이었다.
모빌리티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기술 변화도 빠르지만 최근 들어서는 공급망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수년간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외의 지역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딜로이트와 베인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기존 판매 시장을 유지하면서도 생산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어, 중국 외의 대안으로 아시아 지역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모빌리티 산업의 경쟁력을 갖춘 한국에게는 현시점이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명했다.
한국의 모빌리티 산업은 여러 면에서 큰 강점을 지니고 있다. 견고한 인프라와 숙련된 노동력, 그리고 혁신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기업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국내 모빌리티 기업들의 우수한 기술력이다. 국내 완성차 대기업들의 전기차 생산능력은 이미 궤도에 올랐으며,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새로운 스타트업이 활발히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오토노머스 에이투지(Autonomous A2Z)라는 스타트업은 아랍에미리트(UAE)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채우며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요 경쟁국으로 꼽히는 일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일본은 과거 제조업 분야에서의 명성을 바탕으로 강력한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스타트업 생태계나 혁신문화 측면에서는 한국이 앞서고 있다. 일본은 전통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혁신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는 한국이 일본보다 이점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에서 서울은 20위권으로 30위권인 도쿄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벤처투자액이나 유니콘 기업 수 역시 한국이 앞섰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벤처투자액은 64억 달러로 일본(43억 달러)의 약 1.5배에 달하는 규모였으며, 유니콘 기업 수 역시 한국이 15개로 일본(6개)보다 많았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일본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강화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한국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국가이기에 자칫하다 선두 지위를 빼앗길 수 있다. 따라서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현재의 유리한 위치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광주는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할 준비가 된 도시일까? 필자가 광주를 선택했던 이유는 광주가 한국 모빌리티 산업의 중요한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이 큰 도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광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완성차 생산 공장을 2곳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한 해 54만 대의 완성차가 생산된 지역이다. 탄탄한 생산력이 뒷받침된 덕에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자동차 부품 및 소재 협력사들도 다수 포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래차 국가산업단지로 선정되어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배터리 등의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광주는 모빌리티 산업의 전통과 혁신을 모두 갖춘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향후 글로벌 산업을 선도할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네 가지 분야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R&D 투자이다. 자율주행기술, 배터리혁신, 연결성 솔루션 등 전방위적 분야의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기에 이 분야의 연구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주요 기술 제공업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필자가 광주에서 만들고자 하는 기회처럼 미국 및 유럽의 기업들과 협력하여 첨단 기술과의 통합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는 정부 및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기업이 기술 및 제품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보조금, 세금 인센티브 및 규제 혁신 등 다방면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제조기업들은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동남아시아, 중동 등 신흥시장으로의 확장이 새로운 성장 경로를 제공할 수 있기에 현지의 요구와 선호에 맞춘 제품을 설계해나가며 기업의 글로벌 역량을 키워야 한다.
지금이 기회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지금, 광주 그리고 한국은 기술적 강점과 전략적 이점을 활용하여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고, 혁신을 촉진하며, 시장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복잡한 환경 속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시장 상황을 앞서서 판단할 수 있는 선견지명과 과감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민첩성이 필요할 것이다. 광주가 향후 한국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는 중심도시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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