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나된 마음으로 전남 국립의대 설립 노력할 때

@유호규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입력 2024.08.01. 17:25
유호규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유호규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흔히, 도로, 철도, 항공 등 교통망을 인체의 혈관에 비유해 '국가 대동맥'이라 부른다. 우리 몸의 관상동맥은 심장에, 경동맥은 뇌에 혈액을 공급한다. 이처럼 혈관은 신체 곳곳과 연결돼 장기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며, 건강한 삶을 유지시켜 준다.

전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대동맥이 뻗어나가고 있다. 지난 3월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영암~광주 미래형 초고속도로', '광주~완도 고속도로' 건설 등 전남에 혈관 확장술 시행을 약속했다.

이뿐만 아니라, 호남고속철도 2단계, 전라선 고속철도, 연륙·연도교 등 전남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확장되고 있다. 도내 모든 시·군 1시간, 전국 어디든 2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도록, 오늘도 국가 대동맥 확장을 위한 건설현장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제 전남 도민의 생명권, 건강권 확보를 위한 혈관 확장술을 실시할 차례다, 바로, 전남 국립의대 유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설움을 떨쳐낼 기회가 눈앞에 있다. 하지만, 의대 유치를 위한 동서지역의 대립과 갈등으로 여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얼마 전,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오랜만의 만남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일상의 소소한 대화를 나누다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전남 의대는 어느 대학에 설립해야 할까?" 이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너무나 쉽고 모두 비슷했다. 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좋은 것은 우리 동네에!

수익성 있는 사업을 내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일종의 지역이기주의 일종인 핌피(PIMFY) 현상. 최근 국립의대 설립을 놓고 보이는 갈등 양상의 핵심은 바로 핌피 현상이 아닐까. 자신이 사는 곳의 환경을 좋게 만들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제로 필자의 고향 동네 어르신들도 의대가 나주로 오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니까.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통해 '전남도 국립의대 설립 추진'이라는 큰 선물도 전남에 안겨주었다. 대통령의 지역 숙원사업 추진약속에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도민 모두 한마음으로 기뻐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전남도는 국립의대를 서로 각자의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동·서부권의 의견 차이로 갈등을 겪고 있다. 도민의 공통된 염원인 의대 유치를 향한 8부 능선은 넘었지만, 마지막 큰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속되는 갈등을 해결하고, 국립의대 설립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동서 구분 없이 공정한 잣대로 최종 후보대학을 선정하는 공모방식을 채택했다.

의대 설립 방식결정, 공모 평가기준 마련, 심사 등 3단계 절차로 용역을 진행해 올해 10월까지 의대 설립대학을 정부에 추천할 계획이며, 지난 7월 초 글로벌 컨설팅 업체와 국내 대형 법무법인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을 용역기관으로 선정해 공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과대학 선정을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고 하지만, 대학 추천 절차를 늦어도 10월까지 마무리해야 2026학년도에 전남 국립의과대학 개교가 가능하다. 시간이 결코 넉넉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과 대학에서 의대 설립과 관련해 공모의 법적 정당성을 문제 삼아 공모 불참과 독자 추진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도민의 오랜 염원을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무총리 정부합동담화를 비롯해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의 국회상임위원회 발언은 의대 유치 대학 선정 권한을 전남도에 위임한 것과 다름없다. 의대설립 인가권을 쥐고 있는 중앙부처도 전남의 하나 된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우리는 극명한 대립을 중단하고 냉철한 이성을 깨워 공모보다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안이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3월 대통령의 약속 이후 의대 설립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 없는 지금, 두 지역의 열망이 결국 공모를 통해 하나가 되어야만 비로소 전남 국립의대 설립이라는 큰 꿈을 이룰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나친 갈등과 대립으로 아무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전남 국립의대 설립이 물 건너간다면 이는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다시 큰 부담을 떠넘기는 일이 되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의료 인프라 확충으로 혜택을 받게 될 도민, 의대 진학을 준비 중인 예비수험생과 학부모, 설립인가를 담당하는 중앙부처와 지역 정치인들을 비롯한 모든 국민의 관심이 전남을 향하고 있다. 이번에 만들어 낼 결과에 따라 전남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도민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두고 전남 의대 설립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모든 역량과 열망을 응집시켜야 한다. 전남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도민의 하나 된 목소리, 하나 된 마음이 필요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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