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 하면 자르디니 공원이 떠오른다. 자르디니 공원은 그 자체로도 매우 아름답지만 베니스비엔날레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다름 아닌 국가관 60여개가 군집되어 비엔날레가 열릴 때마다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국가관 전시가 없었다면 베니스비엔날레는 물색없이 되었을 것이다.
국가관, 다시 말해 파빌리온 전시는 자르디니 공원 인근에 위치한 아르세날레관 본전시와 더불어 베니스비엔날레의 시그니처라 할 만하다. 세계적 비엔날레로 첫손에 꼽히는 베니스비엔날레를 보며 부러운 것은 무엇보다 이 파빌리온 전시다. 한국관은 1995년 백남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가까스로 자리를 잡았다. 한정된 공간으로 인해 더 이상 늘리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은 간신히 공간을 얻을 수 있었다. 1993년 독일관 참여작가로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백남준의 세계적 미술계 인맥 덕택이었다. 자르디니공원내에 국가관을 갖지 못한 국가들은 베니스 섬의 갤러리에서 떠돌이 전시회를 하며 베니스비엔날레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를 취하곤 한다. 그만큼 베니스비엔날레에선 국가관 전시인 파빌리온의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여, 베니스 비엔날레의 파빌리온 전시에 대한 부러움이 컸다. 자르디니공원의 푸른 자연 속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것은 매우 큰 즐거움이었다. 국가별 특색있는 전시내용도 베니스비엔날레의 품격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 파빌리온 전시가 광주비엔날레에서도 빛을 발한다는 소식이다. 올해 30년차를 맞는 광주비엔날레가 31개의 파빌리온 전시를 준비 중에 있다. 물론 파빌리온 전시가 처음은 아니다. 2018년 시작되었다. 3개 기관이 협력하여 꾸민 파빌리온 전시는 예상보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외 기관이 협력전시로 참여하여 특색있는 국가관 전시로 미술계의 시선을 모았다. 그 반향에 힘입어 2023년에는 9개, 그리고 올핸 31개로 확장된 것이다.
광주 파빌리온은 단순히 베니스를 따라하는 전시가 아니다. 광주에서 만들어낸 '광주다움'의 색을 낼 것으로 보인다. 우선 광주 전역에서 펼쳐진다는 게 큰 장점이다. 광주를 찾는 이들이 고속도로를 타고 들어와 비엔날레전시관의 본전시를 관람 후 바로 톨게이트로 나가는 형태를 탈피하게 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전시 기획에 맞게 광주 전역의 미술관과 갤러리, 문화기관을 비롯해서 광주지역민들의 일상적 장소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광주 시내 곳곳을 맵을 들고 다니며 찾아다녀야 한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5·18기념문화센터 등지에서도 파빌리온 전시가 이뤄져 광주라는 도시의 역사성까지 담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배경인 5·18민주화운동을 알리는 일은 현재 베니스비엔날레에서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전시가 베니스에서 열리고 있는 것이다. '주먹밥'과 '양은 함지박' 등이 소개되어 5.18과 광주를 문화예술적으로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강기정시장은 개막식에서 "이 전시는 5·18과 광주정신, 광주의 맛·멋·의를 널리 알리는 것"이라며 광주비엔날레 아카이브전의 의미를 부여했다. 강시장은 그에 앞서 남구청장,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 등과 함께 베니스 비엔날레 전체를 관람하면서 광주비엔날레의 미래 구상을 도모하고 돌아왔다.
광주비엔날레 아카이브전시 못지 않게 2024년 파빌리온은 광주비엔날레의 명성을 드높여줄 것 같다. 파빌리온 전시의 역할이 매우 기대된다. 올핸 본전시만 간단히 보고 관람을 마치면 큰 손해다. 국가별 파빌리온전시가 주는 즐거움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 전역에 흩어진 유서깊은 공간과 사연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31개 파빌리온 전시를 꼼꼼히 훑어보자. 그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기대하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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