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학 학력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책 필요

@박주정 한국교원대 연구교수, 전 광주서부교육장 입력 2024.07.28. 17:35
박주정 (한국교원대 연구교수, 전 광주서부교육장)

학교교육은 정규수업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고 바람직한 가치관을 체계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학교교육은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여건의 학생들에게 방과후 특별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기능도 수행한다. 그런데도 도시와 농어촌 지역 간에, 그리고 가정의 경제적 배경에 따라서 학력 수준의 차이는 줄지 않고 있으며, 이는 교육격차, 나아가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여름방학이 1주 또는 2주 앞으로 다가와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이에 대비하는 시기이다. 일정 수준의 경제력과 교육에 관심을 가진 가정에서는 방학 동안 사교육을 통해 수학이나 영어와 같은 입시 주요과목을 보충할 수 있다. 요즘은 보충학습 참여 외에도 비인지적 영역에서의 역량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체험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이나 저소득층, 그리고 농어촌 지역 학생들은 학업보충이던 체험학습을 통한 역량개발이던 이러한 트랙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쉽다. 방학은 이렇듯 사회계층 간 학력격차를 유발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방학은 "학교에서 학기나 학년이 끝난 뒤 또는 더위·추위를 피하기 위하여 수업을 일정 기간 동안 쉬는 일. 또는, 그 기간"을 의미한다. 사전적 의미에 기초하여 지금까지 우리는 방학을 공적인 학교교육의 영역이 아닌 학생과 학부모, 가정에서 고민해야 할 사안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 특히 저소득층 자녀들의 지식과 인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지는 방학이라는 기간이 정말로 공교육의 영역이 아닌 사적인 영역으로 머물러 있어도 되는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방학을 얘기하면서 교육격차라는 문제를 끌어들인 이유는, 방학기간에 대해 공교육과 지역사회는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이제는 펼쳐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학력격차 유발과 관련하여 방학 대책이 관심을 끈 것은 상당히 많은 교육학 연구 결과에서 비롯되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1983년 미국 코넬대학교 헤이즈(Hayes) 교수와 그레더(Grether) 박사의 공동연구를 들 수 있다. 그들은 학기 중에는 계층 간에 학력수준의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방학을 거치면서 격차가 커진다는 점, 그리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기의 방학이 학력격차의 요인의 80%를 차지한다는 점을 밝혔다. 자녀의 학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해외여행, 학력향상 캠프 등에 많은 비용을 들여 참여시키는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에서 방학을 보내는 학생들 간의 격차가 그대로 다음 학기의 학력격차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이후 미조리대 쿠퍼(Cooper) 교수는 2003년 연구를 통해 '여름방학 학력손실'(Summer Learning Loss)이라는 학술용어를 만들어 일반화시켰고, 미국 교육부에서도 학기 중 대책만으로는 학력격차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여 저소득층 자녀나 기본학력 부진학생들을 위해 방학 지원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 지역사회와 청소년단체의 협력 방안, 그리고 방학기간을 분산시키는 학기제 연구를 추진하였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유사한 방학 대책들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기존 방과후 프로그램과 돌봄서비스를 통합한 초등학생 대상 늘봄학교를 올해부터 추진하면서 '방학 중에도 중단없는 늘봄학교' 운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방학 대책은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학사운영 다양화 및 내실화 계획도 방학 대책에 해당한다. 학력격차와 체험확습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여름·겨울방학 기간을 줄이는 대신 봄·가을 단기방학, 5월 어버이주일과 같은 특정 시기의 휴업일 조정 방안이다.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교육행정기관과 학교가 중심이 되어 자치단체, 대학, 청소년봉사단체 등과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방학대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지금은 여름방학 직전의 시기이다. 교육행정기관에서는 방학이 학력격차와 인성교육 격차의 큰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하여 지역사회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는 어떻게 학교 도서관 등 시설을 개방하거나 지역의 도서관 정보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하여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학부모는 자녀가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자녀와 함께 논의해 보아야 할 것이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