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나를 돌보는 일'

@서유순 광주사회서비스원 안심돌봄센터 돌봄관리사 입력 2024.05.22. 15:39
서유순 광주사회서비스원 안심돌봄센터 돌봄관리사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돌봄을 통해 성장하고, 또 누군가의 돌봄과 함께 생을 마감한다. 인생의 4할은 누군가의 돌봄을 받고 사는 것이기에 돌봄을 주고받는 일은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며 돌봄을 주고 또 돌봄을 받는 일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이고, 당당해야 하는 일이다.

많은 영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돌봄이 있겠지만 필자는 현재 광주광역시사회서비스원 안심돌봄센터 돌봄관리사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광주다움 통합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누구나 신청이 가능한 광주만의 돌봄 서비스로 돌봄콜(1660-2642) 한 번만 신청하면 동행정복지센터 담당자가 필요한 돌봄을 연계하는 서비스이며 필자가 주로 하는 일은 광주+돌봄 서비스 중 일상생활지원인 일시재가와 긴급 위기상황에 처한 시민들을 위한 긴급돌봄이다. 함께 생활하면서 식사, 세면, 청소, 빨래, 설거지, 부축, 운동, 산책, 병원동행, 인지활동지원, 말벗 등 도움을 드리고 있다.

필자가 만나고 있는 돌봄 대상자는 중·장년층과 노인 분들이 많고, 선천적인 장애나 신체적?정신적 후유장애를 가진 분, 중증환자, 치매(인지장애)질환자, 부상이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운 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더라도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들까지 정말 다양하다.

개개인의 욕구 필요도가 다르므로,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각각 살펴야 해서 어려움도 있지만, '내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면 더 도와드릴 일은 없는지 한번 더 확인하게 된다.

다양한 대상자들과 많은 일을 경험했지만, 특히 필자가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어르신을 돌보면서 느꼈던 감정을 적어본다.

그 어르신을 처음 뵈었을 때 표정이 어둡고, 매우 우울해 보였으며, 선천적인 소아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신체의 3군데가 연달아 골절되면서 거동이 어려워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배우자마저 사고로 인해 전신마비와 코마상태로 병원에 계셔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들어 하셨다. 이러한 이유로 어르신이 매우 예민하고 불안한 상태라 다가가기 쉽지 않았지만 어르신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경청하고 진심으로 공감하며 어르신이 내게 마음을 여실 때까지 기다렸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어르신께서는 고생한다며 내 손도 잡아주시고 따뜻한 마음을 먼저 표현해 주시는 등 성격이 조금씩 밝아지셨다. 더 나아가서는 격려의 말을 건네기도 하고 인생 상담도 해 주셨고, 돌봄서비스 이용 후 많이 건강해지고 말벗 친구가 되어 주어 감사하다고 고마움의 말씀도 해 주셨다. 아직 혼자서는 힘들지만 집안에서 거동도 조금씩 하시고, 내가 방문하는 날이면 나와 함께 산책도 하고, 치료 받는 날이면 함께 병원을 간다. 어르신 건강이 조금씩 호전되어 지금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졌다. 그런 어르신의 모습에 나는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돌봄관리사로서 어르신께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자부심을 느낀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결국에는 '나를 돌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은 내가 남을 도울 수 있는 정신과 건강을 가지고 있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도움이 필요할 때가 찾아오면 내가 남을 돌보았던 것처럼 남이 나를 돌봐주게 된다. 나처럼 남을 보듬는 일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지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녹아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나는 돌봄관리사로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드리고 있지만, 오히려 그들은 나에게 인생을 알려주는 선배님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돌봄관리사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계속 돌봄서비스를 할 것이며,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사랑을 전달하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상자분들께 미소가 아름다운 돌봄관리사로 남고 싶다. 나에게 주어진 일정표는 빼곡하지만 하루하루가 기쁜 만남이란 생각이 들어 발걸음 가볍게 오늘도 돌봄이 필요한 분들을 찾아 나선다.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