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종영한 예능 프로그램 '콩콩팥팥'이 인기다. '콩콩팥팥'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라는 속담의 예능식 줄임말이다. 모든 일은 원인에 따라 그에 걸맞은 결과가 나타남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 농업인들의 현실도 그러할까. 답은 아니다. 텍스트 그대로의 '콩콩팥팥'은 호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속담의 뜻이 그대로 이뤄지기에는, 농업 현장에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도 많다.
특히 작황과 시장 예측이 들쑥날쑥해 불안정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잦다. 그 대표적 예가 가을배추다. 가을배추 정식은 9월부터 시작된다. 필자는 매년 거르지 않고 가을배추를 심는다. 고이 키워낸 정성과 바람이 그대로 담긴다면 배추 농사는 풍년이어야 하고 가격 또한 후해야 한다. 그러나 기후 변화나 재배면적 등 가지각색의 이유로 배추 가격은 매번 요동을 친다.
올해도 여전하다. 여름부터 금배추라며 호들갑이었는데 10월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1만3천152㏊로 지난해보다 5.7% 감소했다. 4년 만에 가장 작은 재배면적이라며 배추값 상승으로 금(金)추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무성했다. 이에 정부는 가격안정을 위해 배추 가용물량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착 김장철에 접어들자 상황이 변했다. 한파에 대비한 조기 정식과 온화한 생육환경으로 물량이 과잉 출하됐고 배추 소비 부진까지 겹쳐 가격은 약세를 띠게 됐다. 정부는 서둘러 배추 5천t을 매입·비축해 가을·겨울 배추 병행 출하에 따른 가격하락을 막고 한파 등으로 인한 1월 공급 부족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이 또한 완벽한 방어책이 될 수 있을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과잉 생산 혹은 생산량 감소에 따른 농산물 가격의 등폭락을 잡을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혹자는 농산물 생산 쿼터제 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농산물 생산 쿼터제는 쉽게 말해 주산지별로 해남에선 배추만, 신안에선 마늘만, 청양에선 고추만 재배하는 식으로 최저생산비를 보장하는 것이다. 좋은 시도지만 주산지별 재배농산물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아직은 의견의 분분하기에, 더 나은 대안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농업의 안정화를 위한 최후의 보루, 벼농사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벼농사는 토양 개량과 논갈이를 거쳐 4~5월 모내기를 하고, 밑거름, 제초제 살포 등의 과정을 거쳐 8월께 벼 이삭이 올라오면 여름 땡볕에 벼가 익고 10월께 수확을 한다. 수확을 마치고 나서 볏짚 깔기나 논갈이로 농사는 마감된다. 벼농사 1년의 주요 여정이다. 그러나 농사의 커튼콜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쌀값이다.
양곡관리법으로 갈등을 겪으면서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 도입, 쌀 적정 생산 등을 내걸고 쌀 재배면적을 줄이면서 수확기 쌀값 20만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이 위태롭다. 통계청에 따르면 산지 평균 쌀값은 80kg들이 한 가마당 19만8천620원(11월25일자)으로 산지 쌀값 20만원 선이 무너졌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2023년산 민간재고 5만t을 매입해 식량 원조에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해법대로 시장이 반응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지난 4월 쌀값 폭락 방지와 쌀값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에 가로막혔다. 또 최근 야당이 중심이 돼 '농산물 가격 안정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이 새롭게 마련됐지만, 법안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농민처럼 가격 불안 위험에 무방비로 놓여 있는 농민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농산물 가격 안정제는 이미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용 중인 제도로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기대해본다.
종영한 '콩콩팥팥'은 시골살이에 뛰어든 연예인들이 직접 수확한 배추로 김장을 담가 주변인들에게 나눠주는 장면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노동의 완결이 나눔의 풍성함으로 맺어진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우리의 농촌도 훈훈한 '콩콩팥팥' 이 될 수 있을까? 부디 뿌린 대로 거두겠다는 소박한 농부의 바람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길, 천상 농부는 바라는 바다. 김성일 전남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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