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하나만 잘해도 된다'라고 하여 여기에 교육과정을 맞춘 적이 있었다. 예컨대 사회과 교육과정을 11과목으로 나누고, 그 가운데 2과목만 선택하게 하였다. 그러니 전체를 보는 능력이 떨어져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한계로 작용하였고, 미래 사회 예측 능력도 없어졌다. 학문 간의 융합이 중요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 무렵 등장한 '알파고'는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4차 산업 혁명'이 화두로 등장한 배경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논어의 '화이부동(和而不同)'에도 담겨 있다. "공자 가로되, 군자는 화목하게 지내지만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하며 화목하게 지내지 못하고 있다"(子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同)라 하였는데, '화(和)'는 '다름의 차이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고, '부동(不同)'은 '진정한 자아'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글로벌 사회가 되었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4차 산업 혁명 사회로 들어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단선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한다면 그 차이를 인정하며 조화로움을 찾아야 하지만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한다. 김부식과 연개소문에 대한 평가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곤 하였는데, 역사를 당대가 아닌 후대의 기준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나만 잘하면 된다"라고 한 단세포 사고가 횡행하면서 빚어지는 것과 같다. 학교 교육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카데미 영화 작품상 대상을 우리 영화 '기생충'이 받았다. 1970년대의 서울 빈민의 삶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표현하였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임을 말해준다. 고유한 특성이 글로벌 요소임을 말하고 있다. 최근 한국 대학이 유난히 글로컬(Glocal)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글로컬 대학을 지원하겠다고 하여 10여 개 대학을 선정하였다.
필자는, 진정한 '글로컬 대학'의 핵심은 그 대학이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은 신입생이 750명에 불과한 소규모 대학이다. 학령 인구감소에 생존하기 위해 살을 깎는 구조 조정을 선제적으로 하고, 학과도 항공학과 중심으로 특성화하였다. 정원 감축은 하지 않은 채 학과 명칭만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구조 조정하였다고 눈속임하는 대학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학과 대부분이 항공학과, 간호학과 등 이공계 학과가 대부분이지만, 교양 교과가 200개에 이르고 있고, 특히 인문학의 핵심인 역사 교과가 5과목, 10분 반이나 된다. 중형급 대학 이상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의 토대인 인문학을 중시한 학교의 방침을 엿볼 수 있다. 지역사인 '무안의 역사와 지역문화'라는 교양 교과도 개설되어 있는데, 글로컬 인재를 키우려는 전략이다. '전쟁으로 본 그리스 로마사'라 하여 일반 대학의 '세계사', '서양문화사'와 전혀 다른 특성이 있는 교과도 있다. '지역학'과 '인문학'을 결합한 '융합학문' 교과 과정을 운영함으로써 '4차 산업사회를 이끌 글로컬 인재'의 '요람'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2학기 개강 첫 강의에 90분 동안 꿈쩍 않고 강의에 집중하는 수강생의 모습에서, 특색 있는 교육과정의 만족도를 읽을 수 있다.
우리 대학의 구성원들은 전국에서 모여든 인재들이다. 출신 지역의 정체성을 지닌 구성원의 자존감에다 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정체성, 그리고 인문학을 토대로 한 교육과정이 어우러져 우리 지역의 동량(棟梁)으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우리 대학의 교육 활동이 교육부 각종 공모사업에 선정되었다. 글로컬 인재를 키워 4차 산업사회를 주도할 인재를 기르려고 노력한 결과이다. 우리 국가안보학과 재학생이 육, 해, 공, 해병대까지 포함한 4군(軍)의 장교 선발시험에 합격하는 진기록을 세우고, 국방부 7급 군무원 선발시험에 본교 출신 여학생이 유일하게 합격한 것은 학생의 자존감을 키워준 교육의 결과였다. 사회는 변하고 있다. 대학도 변해야 한다. 과거의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단선적 사고를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박해현(초당대 글로벌화학기계공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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