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변화, 지휘훈련의 혁신

@무등일보 입력 2023.07.13. 16:23

13척의 배로 울돌목 좁은 수로에서 일자진(一字陣)을 치고 수많은 왜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지략을 담은 영화 명량. 300명의 병력으로 페르시아 대군에 맞서 싸운 스파르타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300.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제작된 두 영화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이점을 이용한 전략으로 수많은 대군과 맞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 명량에서는 동양 최대의 유속인 11노트의 조수가 흐르는 울돌목에서 왜군을 물리쳤고, 영화 300에서는 산과 바다 사이에 있는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페르시아 대군과 맞섰다. 하지만, 아무리 전략이 훌륭하다고 해도 수적 열세인 상황에서 작은 실수라도 발생한다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을 앞두고 필사즉생 필생즉사 각오로 싸우자며 장수들을 독려했고,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는 비록 배신자에 의해 수세로 몰리지만, 병사들과 함께 끝까지 전장을 사수하다 죽음을 맞이한다. 이 두 영화 속 지휘관은 뛰어난 전략과 함께 구성원의 동기부여, 그리고 냉정한 상황판단 등 세심한 운영을 통해 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지휘관의 역할이 비단 전장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일까? 경영과 스포츠, 게임 등 모든 분야에서 필요하다. 화재 등 각종 재난현장에서도 대응조직을 이끄는 소방 지휘관의 능력에 따라 피해 규모는 달라진다. 재난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얼마나 빠르고 적절하게 자원 등을 동원해 배치·운영하느냐에 따라 피해규모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지휘관의 역할과 판단이 중요하다. 그동안 소방에서는 특별한 기준 없이 현장 경험이 많은 간부급 소방관 위주로 재난 현장을 지휘해 왔다. 그렇다고 지금껏 열심히 해오고 있는 소방 지휘관의 자질이나 역량이 미흡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특별한 기준이 없었던 소방 지휘에 대한 문제점을 정리하고 개선 보완해야 더 나은 지휘관이 탄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는 경험이 많다고 또 계급이 높다고 명령만 내리는 지휘의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는 '현장지휘관 자격인증제'제도를 통해 지휘관 자격을 인증받은 소방관만이 현장지휘관으로 임용될 것이다.

현장지휘관 자격인증제는 각 계급별 역할 범위에 따라 초급·중급·고급·전략 4단계로 지휘관 자격체계를 분류하고, 각급 자격은 2단계 교육과 2단계 평가인증 절차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교육은 사이버 교육과 집합 교육으로 과거 재난사례와 신종재난에 대한 분석과 실습으로 이뤄지며, 늘 위험요인이 상존하는 재난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대원 안전 확보에도 중점을 두고 실시한다. 평가는 실기평가와 심층 면접으로 구분된다. 실기평가는 현실세계에서는 재현이 불가능한 재난상황을 가상(VR)현실로 구현해 예측불허의 다양한 변수 등을 수시로 부여해 지휘관의 순간적 대처능력과 판단 등 현장지휘 능력을 평가한다. 심층 면접에서는 심리검사, 딜레마 상황 부여 등 다양한 전문 평가기법을 도입하고, 재난·심리 분야의 내·외부 전문가로 평가관을 구성해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한다.

광주소방학교는 현장지휘관 자격인증제 조기 정착을 위해 국비 20억여 원을 지원받아'지휘역량강화센터'를 구축하고 전담팀을 신설해 교수요원 양성과 평가 전문위원 구성 등 모든 준비를 마쳤다. 올해 7월부터 광주는 물론 전남과 전북 그리고 제주까지 호남권 소방관을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진행한다. 아직 소방관에게조차 낯설 수 있는 자격인증제 시행이 소방지휘의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세상에 쉬운 변화는 없다. 전단지 뿌리듯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알린다고 변화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분명한 건 국민안전이라는 핵심가치 실현을 위해 소방지휘에도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고 그 새로운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박동하 광주소방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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