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작지만, 작지 않은 어떤 노거수 살리기 행사

@조용준 조선대명예교수 입력 2023.07.09. 15:01

엊그제 광주 동구 내지마을에서는 '내남동 시무나무 외과 수술 및 환경개선 사업 주민보고회'라는 다소 긴 명칭의 행사가 있었다.

'나무심는 건축인'이 행정의 지원 아래 내지마을 앞 석축 옹벽에 있는, 수령 150년 가까이 되는 시무나무를 살리는 행사였다.

노거수의 썩어서 비워져 있는 부분을 메우고 링겔을 맞게 한 작은 행사였지만, 의미하는 바는 결코 작지 않다.

작은 행사라고 한 것은 '크고 새롭고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는 가치관이 자리하면서 작은 것은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우리 사회적 분위기에서 그러하다는 뜻이다.

의미가 있는 행사라는 것은 토지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것에 방해가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없앤 후에 성능 좋은 것으로 대체하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는 때에 노거수를 살리는 것은 결코 작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간 우리 도시들은 재개발사업은 물론 도로 등을 개설하면서 도시의 정체성과 기억을 만들었던 언덕, 우물터, 노거수, 골목길, 오래된 주택들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고 낡은 설비처럼 홀대해왔다. 심지어는 도로변 가로수로 남아 있던 마지막 유림수들도 교통장애가 된다고 베어 냈다.

작은 것의 홀대가 어디 그뿐이랴. 지금도 산업적·기능적 합리성에 장애가 되는 것이라면서 없애고 있다. 아기자기함이나 다양성이 없는 도시가 된 이유다.

1973년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이 출간됐다. "인간은 작은 것이다. 그래서 작은 것이 멋지다. 거대해지는 것을 쫓아가면, 자기파멸에 이른다"고 주장한 이 책은 "무조건 큰 것이 좋다"는 당시의 가치관을 비판하면서 작은 것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

이번 노거수 살리기 행사는 작은 것에 관심을 두는 행사로서, 우리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

시무나무는 길잡이 표시목으로, 오래 전부터 5리마다 오리나무를 심고 20리마다 시무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방랑시인 김삿갓 시에도 등장한다고 하니 이정표적 역할이 컸던 모양이다. 이를 되살리는 것은 작은 것을 통해 시간의 역사를 소중히 하고, 기억을 계승하는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마을마다 노거수가 수호신과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공동체의 상징이 됐다. 이번 시무나무 살리기는 사라져 가는 마을 공동체를 되살리는 의미도 있다.

다른 관점도 있다. 1990년대 중반 환경심리학자 프란시스 망쿼와 월리엄 설리번은 주거단지 조사에서 건축물 사이 공간에 수풀이 없는 곳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황량하게 비어 있었다. 반면 녹지가 있는 곳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주부들, 뛰어노는 아이들 등 사람들이 북적이는 활동 공간이 됐다

또 집 창문 밖에 황량한 풍경만을 보는 주민들은 정신적으로 피로하고 성격이 퉁명스럽고 갑자기 흥분해 아이들에게 폭언을 퍼붓는 일이 많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녹지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이웃주민들을 더 많이 알았으며 협조적이고 친절했다. 공동체 구성원으로 소속감도 강했다.

수목이 있는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이웃을 더 신뢰하고 자신이 지역공동체에 속해 있다고 느끼면서 생활 만족도도 높았다. 수목이 도시행복을 만든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근래 도시목표가 된 행복 도시 운동은 1960년대 도시의 형태와 정신을 개선하려는 반모더니즘운동을 전개하던 건축가, 시민운동가 등에 의해 시작했다. '영원의 건축' 저자 크리스토퍼 알랙산더는 "개인행복은 주변에 영향을 받아 형성됨으로, 행복한 삶을 살려면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해석하면, 주변환경인 수목이 사회적 신뢰를 만들고 개인행복을 만든다는 의미다. 사회 신뢰는 도시가 성장하고 번영하는 기반이다.

이번에 시무나무 행사가 갖고 있는 의미는 작지 않다. 이런 작은 일들이 도심 곳곳에서 많이 이뤄지면 좋겠다.

조용준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전 광주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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