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의 위기

@조영호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장 입력 2023.03.29. 14:40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은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문장이다. 어떤 일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위태로움 속에서 중요한 해결점이 있을 수 있기에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뜻이기도 하다. 위기 속에서 명징(明澄:깨끗하고 맑은)한 시선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결집시킨다면, 그렇게 마주한 위기는 변화와 성장의 출발점이 된다.

인류가 맞닥뜨린 위기와 기회가 있다면 부족함과 지나침을 동시에 보이고 있는'물'이다. 지난해부터 가뭄은 전 세계적으로 역사상 최악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인도에서는 찌는듯한 더위가 밀밭을 태웠다거나 재배규모의 70% 이상 되는 작물을 포기한 미국의 면화농장 뉴스가 보도됐다.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정부도 지난 13일 가뭄 예·경보 발표에 따른 부처별 관계부처 합동 총력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충분한 강수량을 확보가 어려워진 광주지역은 제한 급수가 계속 언급되고 있으며 전남 섬 지역은 식수도 모자라 농업용수는 엄두도 못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걱정하는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는 많은 부분이 물과 관련되어 있다. 무엇보다 부족함과 지나침에 예측이 불가할 정도로 빠르게 극한 기후현상들이 나타나면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피해들을 주고 있다. 우리가 그 속도에 맞춰 대응하지 못한다면 훨씬 더 가혹한 피해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기회를 여는 일이다. 당장의 해결책과 함께 장기적인 안목으로 구호가 아닌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는 115년의 역사 만큼이나 가뭄과 홍수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작년 영농이 끝난 시기부터 기상가뭄을 우려해 모든 가용장비와 인력을 들여 물을 끌어 모았다.

겨우내 하천에서 양수기로 물을 끌어 올리는 작업을 계속했다. 근처에 강이 없어 농업용수를 모을 수 없는 영광 옥실저수지는 36km 떨어진 무안에서부터 4곳의 양수장을 거쳐 물을 채우는 작업을 했다. 다행히 지난 2월말 70% 저수율을 달성하며 올해 모내기까지 시간은 벌었다.

그러나 이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단기적 대책일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강수 패턴이 집중호우 형태로 변하고 지역적 강수 편중으로 가뭄 발생이 심화하는데 대한 항구적 대책이 필요하다.

농업용수의 경우, 저수지, 양수장 등의 수리시설을 설치해 충분한 용수를 확보하고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다목적농촌용수개발사업이나 기존 수리시설을 체계적으로 연계해 지역간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농촌용수이용체계재편사업을 수요가 아닌 충분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농어촌공사 전남본부는 가뭄 극복과 안정적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올해 2천144억원을 투입해 농업생산기반시설을 정비한다. 올해는 항구 가뭄지역이였던 곡성 석곡지구와 해남 북일지구가 신규로 추진되어 이 지역 가뭄에 대한 장기적 대비를 갖추게 됐다.

이렇게 당장은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안정적 영농환경 정비 및 조성을 위한 장기대책을 수립해 적정한 물을 모아야 하는 정책으로 빠르게 체질 변화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지역에서 겪는 가뭄 경험을 장기적인 대비를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물걱정 없는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더불어 현장에서 걱정하는 마음으로 물을 모으고 아끼는 것을 넘어 항구적 대책을 위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범국민적인 관심과 수자원 인프라 구축에 대한 합의가 절실한 때다. 조영호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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