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의 날씨는 숫자로 기록된다. 매일의 날씨가 1년, 10년, 30년 겹겹이 쌓여 장기간에 걸친 기후자료가 된다. 기후는 특정 장소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난 평균적인 기상 상황을 뜻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기후가 점차 변화하는 것을 기후변화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북극 빙하가 소실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전 지구적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미 해양대기청(NOAA) 산하 국가환경정보센터(NCEI)의 발표에 의하면, 1977년 이후, 지구온도는 20세기 전체 평균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2021년 북반구 표면온도는 지난 142년(1880년~2021년) 중에서 6번째로 따뜻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를 살펴보면 지난 109년 동안 연평균기온은 12.8℃로 기록되었고, 10년마다 기온이 0.2℃씩 상승하고 있다. 최근 30년(1991~2020년)의 연평균기온은 13.7℃로, 그보다 10년 전의 30년(1981~2010년) 연평균기온(12.1℃)보다 1.6℃가 높아졌다. 이는 우리나라도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광주·전남 지역의 2021년은 어땠을까? 작년 광주·전남의 연평균기온은 14.8℃로 기후값 평균을 산출한 1973년 이래 가장 높게 기록되었다. 2021년 1월 8일은 평균기온이 영하 9.1℃를 기록하며 매서운 추위로 시작됐으나, 같은 달 하순경이 되자 불과 2주 만에 기온이 9.1℃(1월 23일)로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기온 변동폭이 역대로 크게 기록되었다. 3월 평균기온은 평년(지난 30년간의 기후의 평균적 상태)보다 2.6℃나 높은 9.9℃를 보이며 역대(1973년 이후) 1위를 차지했다. 따뜻한 기온 덕분에 광주의 벚꽃은 1939년 관측 이래 82년 만에 가장 빨리 피기도 했다.
7월 중순부터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강한 햇볕의 영향으로 최고기온이 30.1℃까지 올라 평년보다 1.4℃ 높은 채로 역대 6위를 기록하였다. 장마는 7월 3일에 시작되어 7월 19일에 일찍 종료되면서, 광주·전남의 장마기간은 17일로(평년 31.4일) 역대 다섯 번째로 짧은 장마를 기록한 바 있다. 가을철에 접어든 9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도 평균기온은 22.5℃로, 가을철 역대 1위의 높은 기온을 유지하였으나 10월 중순에 기온이 급격히 하강하면서 10월 한 달 동안 기온 변동폭 또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수개월에 걸쳐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게 기록되면서 2021년 날씨는 이전의 기록을 갈아치우는 신(新)기록들을 새로이 만들어냈으며, 그래서인지 '이례적',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등장하였다.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날씨 변동성 아래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특이 기상현상과 경험해보지 못한 기록들을 마주하게 될까. 일찍이 전 세계는 이러한 불확실성으로부터 파생되는 피해를 줄이고자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대대적 변화를 꾀하여 왔다. 이에 기상청 또한 2022년'기후위기 시대, 가치를 더하는 기상기후서비스'라는 정책목표를 수립하여 기후변화 감시와 더불어, 기후위기 대응 정책 수립을 위한 상세 기후변화 과학정보 생산, 수요자별 맞춤형 기상·기후 서비스 운영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아직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꾸준한 고민과 노력, 그리고 적극적 행동만 있다면, 가까운 미래 그 언젠가,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로워진 우리가 '그해 우리는 가장 따뜻한 한 해를 보냈지'라며 2021년을 결코 무겁지 않게 추억하는 날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박광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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