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 예산안이 역대 최대인 820조 9천억 원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1년 만에 93조 원(12.8%)이 불어난 ‘슈퍼예산’이다.
예산 관련 뉴스를 보며 문득 필자는 사회복지사로 증액된 93조 중 우리 삶에 실제로 닿는 복지가 얼마인가 궁금해졌다. 숫자를 하나 하나 뜯어보니 희망과 불안이 함께 보였다.
희망을 본 건 크게 3가지였다.
첫째, 취약계층 지갑은 실제로 두터워진다. 기준중위소득이 역대 최대 폭인 6.7% 오르면서 생계급여는 4인 가구 기준 월 최대 222만 원으로 오른다. 기초연금은 처음으로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데, 하위 30%(348만 명)는 월 38만 원(+3만 원), 부부 감액 비율도 20%에서 10%로 줄었다. 직역연금 수급자·배우자 11만 명도 새로 편입된다. 두루누리는 108만 명에서 180만 명으로,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은 2년 최대 1,800만 원으로 2.5배 상향됐다.
둘째, ‘미래세대’를 겨냥한 구조 개편이 시작됐다. 부모급여·아동수당·첫만남이용권이 아동기본수당(0~12세 월 13만 원, 2조 9,272억)과 아이맞이지원금(첫째 1,000만 원, 6,981억)으로 통합·확대된다. 다만 이 돈은 반도체 초호황의 추가 세수로 만든 미래대응기금(162조)에서 나온다. 호황이 꺾이면 아무도 보장하지 못한다.
셋째, 지역 필수의료에는 역대급 베팅이 들어갔다. 1조 2,600억 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가 신설되고, 지역의사제 490명·계약형 지역의사 448명이 전국에서 시행된다. 서울-지방 의료격차가 삶의 질과 직결된 현실에서 의미 있는 신호탄이다.
그런데 불안한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첫째, 대부분의 복지증액 예산은 ‘자동 증가’다. 노인 분야 증액분(2조 7,529억)의 92.2%가 기초연금에 몰려 있다. 기초연금은 법정 의무지출로, 정부가 선택해서 늘린 게 아니라 고령화로 어쩔 수 없이 늘어난 돈이다. 의무지출은 2027년 426.8조로 총지출의 52%, 2030년엔 537.9조(53.5%)까지 치솟는다. 재량껏 쓸 수 있는 복지 혁신 예산의 여지는 줄어든다.
둘째, 돌봄의 기반인 장기요양보험이 무너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장기요양보험 재정이 2027년 적자로 전환되고 2030년 준비금이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정자 수는 연평균 11.3%씩 늘고, 경증(3~5등급) 수급자의 시설 입소 급증으로 급여비는 연평균 13.2%나 폭증하고 있다. 슈퍼예산이 들어선 해에 돌봄 체계의 심장은 적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셋째,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숫자가 반도체 슈퍼사이클 위에 세워졌다라는 점이다.
국세수입 전망은 584조 원으로 1년 만에 40.7% 급증, 법인세만 217조 원(+114%)이다. 2023년 반도체 저점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법인세 0원을 냈던 것을 기억한다면, 이는 ‘호황 지속’이라는 단일 변수에 올인한 도박이다. 관리재정수지가 -0.1%로 ‘거의 균형’인 것 자체가 그 불안정성을 증명한다.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특히나 복지라는 것은 전진은 가능하지만 후퇴하기가 쉽지 않다. 한번 예산을 늘려놓으면 다시 줄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갈수록 복지대상자들은 늘어감에 따라 예산과 복지의 양은 자동 증가하지만 과연 복지의 ‘질적인 부분’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내놓지 못하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 사회는 두터워진 사회안전망에 감사하면서도 물어야 한다. 과연 이 사회안전망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당장 이번 슈퍼예산의 진짜 시험은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는 그때부터다. 지금이야말로 선심성 증액이 아닌 구조 개혁을 요구할 때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