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치권이 다시 ‘청년’을 꺼내 들었다. 청년최고위원 신설안이 최고위에서 부결됐고, 기탁금이 너무 올라 원외 청년들에게 부담이 된다며 대통령까지 언급할 정도였다. ‘청년’이라는 두 글자가 또 한 번 정치의 전면에 소환된 셈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지고 싶다. 정말 ‘정치’라는 영역에서 나이 어린 청년에게 자리를 열어주고, 청년을 ‘키워야’ 하는 것이 맞을까?
이 의문은 ‘정치’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에서 출발한다. 내가 이해하는 정치는, 국민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며, 그 결과가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과 사회질서를 지탱한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정치는 국민의 목소리를 잘 수렴해 나라를 더 부강하고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렇다면 갈등과 분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이 무거운 일을 감당할 정치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여러 덕목이 필요하겠지만, 나는 가장 먼저 ‘세상을 이해하는 힘’을 꼽고 싶다. 그리고 그 힘의 밑바탕에는 반드시 ‘사회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사람은 본래 자기가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타인의 처지에 공감하기 어렵다. 갑질을 당해봐야 을의 마음이 보이고, 작은 자영업이라도 해봐야 자영업자의 밤잠 못 이루는 이유를 안다. 사회에서는 청년의 나이를 34세까지로 정의하지만 정당에서는 45세까지를 청년으로 두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에는 경험과 연륜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세상을 바꾸겠다’며 정치를 하겠다는 청년들의 면면을 보면 실망이 앞선다. 남 밑에서 월급을 받아본 적도 없고, 밑바닥을 굴러본 경험도 없이 그저 “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꿈부터 꾸는 청년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경험 많은 기성 정치인들을 이기기 어려우니 청년에게는 특별한 룰이 적용돼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청년정치인은 탄생할 수 없다고.
과연 그럴까? 나는 답을 정치판 옆 동네, 창업판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창업판은 정치판보다 훨씬 살벌하다.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비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살벌한 판에서 30대 성공한 창업가들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제치고 뷰티 시총 1위로 올라선 APR의 김병훈 대표는 37세다. 인터넷 설치가격 비교 서비스로 시작한 아정당의 김민기 대표 역시 37세다. 광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광고·마케팅 솔루션으로 승승장구 중인 아트모스 신준섭 대표, 지역 취미시장을 공략한 플랫폼 ‘모람’을 30억 원이 넘는 금액에 엑시트한 김종언 대표 모두 30대다.
창업시장에는 이런 인재들이 즐비한데 정치시장에는 왜 보이지 않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정치판에는 ‘생존’의 위협이 없기 때문이다. 창업가는 매출이 끊기면 다음 달 월급을 못 주고, 계약 하나가 어긋나면 회사가 문을 닫는다. 그 절박함이 인재를 단련시킨다. 반면 청년정치는 ‘특혜’와 ‘할당’이라는 안전망 안에서 자라나기를 요구한다. 온실 안의 화초가 광야의 나무를 이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청년정치를 꿈꾸는 이들은 청년창업가들처럼 스스로 생존의 위협을 뚫고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세상을 바꿀 자격이 생긴다. 물론 정치판에도 그런 인물들이 없지는 않다. 아직 크게 조명받지는 못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이동학 전 최고위원, 호불호는 갈리더라도 결국 국회의원 배지를 스스로 쟁취해낸 이준석 같은 인물이 그 예다.
성공한 청년창업가가 계속 나오듯, 정말 똑똑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청년정치인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길 바란다. 다만 그 자리는 ‘열어줘야’ 얻는 자리가 아니라, ‘뚫고 들어와야’ 얻는 자리여야 한다. 그래야 그 청년들이 다가올 대한민국의 미래를 감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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