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사과 딸 청년은 필요하고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입력 2026.07.07. 10:35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오래전 군 단위 도시에서 진행하는 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 회의에는 특별한 규정이 있었다. 지역 내 선거권이 있는 모든 연령대의 시민 한 명 이상은 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한국의 선거권 연령은 만 18세다. 과거 만 19세 이상에서 2019년 12월 개정을 통해 만 18세로 하향 조정돼 19세 중에서도 생일이 지났다면 미성년자 신분에서도 선거권이 생긴다.

이 회의에 10대 청소년들 일부가 참여했다. 회의 시간은 평일 오후 시간대였다. 교복 입은 청소년들이 각 조에 배석될 때 어느 시민은 불만을 토로했다.

“교복 입은 애들하고 무슨 논의를 하냐”, “애들하고 회의를 하라는 거냐.”

마치 스스로가 ’교복 입은 애들‘과 동등한 권한으로 회의에 참여한다는 것에 큰 분노를 느끼는 것 같았다. 그의 눈에 이들은 그저 ’애들‘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회의가 시작되자 고령화로 인한 농업 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지방대학과의 협약을 통해 젊은 인력을 유치하면 청년들의 유출을 막을 수 있지 않냐는 논리였다. 그 회의가 끝난 후 필자는 지방이 소멸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를 깨달았다. 사과 딸 청년은 필요하지만 동등한 시민 주체로서 같이 논의할 청년은 필요하지 않은 것, 이것이 현 사회가 청년을 바라보는 태도다.

최근 몇 년간 지방 소멸과 인구 절벽의 심각성이 이야기되고 있다. 지방정부는 모든 정책의 목표가 정주 인구를 늘리는 것이 됐다. ‘청년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말은 하도 들어서 이제 식상하다.

보통 지방 소멸과 청년 유출을 이야기할 때의 반응은 두 가지다. 떠난 청년들에 대한 분노, 혹은 옆에 있는 청년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의심.

어떤 것이든 그 비난은 다 청년을 향한다. 부정적인 현상에 대한 원인 제공자, 그것이 지금껏 한국 사회가 청년을 지칭하는 수식어였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지역이 이 지경이 된 것에는 지역 자체의 잘못이 크다.

광주는 2025년 인구 순유출이 전년보다 5천700명 이상 늘어났다. 2015년부터 10년째 지역 청년층의 순유출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유출은 고착화됐다고 봐야 한다. 역시나 전출의 주요 이유는 일자리다.

지방 소멸에 일자리가 원인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나? 통계를 보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다. 15년째 매년 같은 이유로 청년들이 빠져나간다. 그러나 어떤 시장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정치권 또한 이 문제에 있어 대안이 없다. 원인이 똑같은데 대안이 없다는 건 사실 안 하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복합쇼핑몰과 같은 엉뚱한 곳에 청년 담론을 과도하게 동원한다. 살 수가 없어서 떠나는 건데, 마치 재미가 없어서 떠나는 것처럼 말이다.

첫 통합특별시장이 선출됐다. 민형배 시장은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 출범 즉시 기업 유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수위원회에는 청년 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적합한 청년 위원을 못 찾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청년 분과라도 있어야 했다. 시민과의 대화에서도 역시나 청년은 없었다. 이런 비판을 인식했는지 기존 창업 분야 대담에 청년을 끼워 넣어 진행했을 뿐이다.

행정의 진짜 의지는 예산과 자리로 증명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은 사실 소멸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사과 딸 청년은 필요하지만 그 청년과 동등하게 대화하기는 싫은 것처럼, 세금 낼 청년은 필요하지만 그 외의 청년은 필요하지 않은 지방정부.

지방은 소멸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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