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5·18을 죽이는 5·18의 후예들

@신승준 한국청년위원회 광주시위원장 입력 2026.06.10. 08:00
신승준 한국청년위원회 광주시위원장
신승준 한국청년위원회 광주시위원장

5·18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국가기록원은 5·18민주화운동을 “민주, 인권,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5·18의 본질은 특정 진영의 감정적 독점이 아니라, 국가폭력에 맞서 국민주권과 인간의 존엄을 지켜낸 민주주의의 실천에 있다. 그것은 광주만의 기억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발 디딘 토대이며, 누구도 사사로이 전유할 수 없는 공적 자산이다.

그런데 오늘의 일부 ‘5·18의 후예들’은 과연 그 정신에 충실한가라고 자문 자답을 했을 때 우리는 과연 떳떳할 수 있을까 싶다. 얼마 전 있었던 스타벅스 논란때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5·18기념재단과 공법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6월 2일 성명을 내고 “카페 매장이 특정 세력의 혐오 놀이터로 변질되고 있다”며 회사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광주전남추모연대 역시 5월 18일 스타벅스의 이른바 ‘탱크데이’ 프로모션을 두고 “천박한 역사 인식이자 민주화 영령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역사 왜곡과 조롱에 단호히 맞서는 일은 마땅하고 정말 잘한 일이다. 5·18을 지키는 일은 곧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며칠 전 6·3 지방선거에서는 서울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민과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권인 참정권이 훼손된 역사적 사건이다. 그리고 여기서 훼손된 참정권은 바로 80년 5월의 영령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바로 그 권리다.

그런데 스타벅스 사안에는 그토록 빠르고 단호하게 성명을 쏟아내던 5·18 단체들이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같은 무게의 공식 입장을 냈다는 뉴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쪽 사안에는 단체 성명, 불매운동, 연쇄 규탄 논평이 잇따랐지만, 다른 한쪽에선 침묵에 가까웠다. 왜 5·18의 후예들은 선택적 분노를 하는가?

민주주의를 최전선에서 수호한다고 자처하면서도, 정작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가 흔들렸을 때 침묵한다면 그 외침은 ‘정신의 계승’이 아니라 ‘정신의 소비’에 머문다.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있었던 5·18 전야제에서. 전교조 교사 출신 가수 백금렬 씨와 촛불밴드가 민요 ‘뱃노래’를 개사해 “이준석이로 드는 액(厄)은 매불쇼가 막아내고”, “장동혁이로 드는 액은 한두자니가 막아내고” 같은 가사를 부르며 특정 정치인과 유튜브 채널을 노골적으로 거명하는 공연을 벌였다.

결국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정당 대표가 언급돼 불편을 끼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사실상 사과 입장을 내야 했다. 이번 한번이 아니다. 이미 대중들은 5·18 행사 자체가 5월 영령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특정 정당의 강성 좌파 진영의 전유물이 된 지 오래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5·18이 광주에 살고 있는 청년들과 시민들에게마저 외면받고, 일부 극우들에게는 조롱의 대상이 돼가고 있지 않은가.

80년 5월의 피로 지킨 도시가, 46년이 지난 지금 한쪽 진영의 정치 자산처럼 다뤄지면서 스스로 권위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우리가 먼저 아프게 직시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면서 청년과 청소년에게 “요즘 세대는 5·18을 잊고 산다”고 훈육할 자격이 과연 있는가. 5·18을 죽이고 있는 것은 5·18을 잊은 청년과 청소년세대들이 아니라, 5·18을 자기 편의 정치적 언어로만 소비해 온 일부 ‘후예’들이다.

이제는 선택적 분노를 멈출 때다. 스타벅스에는 분노하면서 참정권 침해 앞에서는 침묵하고, 역사 왜곡에는 단호하면서 자기 진영의 정치쇼에는 관대한 이중잣대. 그 이중잣대를 거두는 자리에서야 비로소 5·18은 다시 살아난다. 80년 5월의 진짜 정신, 곧 진영을 넘어선 민주주의·인권·참정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 다시 설 때, 광주는 다시 한국 민주주의의 성지로 호명될 것이다. 진짜 5·18의 후예가 되기 위한 길은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