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앞으로 4시간 일하고 바로 퇴근할 수 있다

@조소영 노무사 입력 2026.05.20. 08:00
조소영 노무사
조소영 노무사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1시까지 딱 4시간을 채우고 집에 가려고 했지만 법 때문에 30분을 더 기다려야 했던 경험. 현장에서는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4조는 4시간 근무 시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반드시 ‘근무 중에’ 부여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짧게 일하고 곧바로 퇴근하길 원하는 근로자에게는 오히려 불편한 규정으로 작용해 왔다. “일도 다 끝났고 쉬고 싶지도 않은데 왜 30분을 더 있어야 하냐”는 불만이 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특히 단시간 근로자 입장에서는 30분 휴게가 실질적인 임금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불만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쌓여 왔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가 마침내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지난 5월 7일, 국회는 본회의를 통해 근로자의 휴식권과 선택권을 강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의 핵심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했다. 휴게시간을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바꾼 것이다. 앞으로는 4시간을 근무한 날, 근로자가 원한다면 휴게시간 없이 즉시 퇴근할 수 있다. 다만 이 권리는 반드시 ‘근로자 본인의 신청’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휴게를 생략시키는 것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근로자 스스로의 의사에 따른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 조항의 본질이며, 이를 오용하면 오히려 법 위반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함께 주목할 변화는 연차휴가의 시간 단위 분할 사용이 법령으로 명확히 보장된다는 점이다. 그 동안 반차나 반반차 사용은 회사의 재량이나 취업규칙에 근거했을 뿐,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는 아니었다. 이번 개정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시간 단위 연차 사용이 법적 권리로 자리 잡게 된다. 병원 예약, 자녀 학교 행사, 관공서 방문처럼 반나절도 필요 없는 짧은 개인 용무를 위해 하루치 연차를 통째로 써야 했던 불합리함이 해소되는 것이다. 노동 현장의 시계가 ‘일(日)’ 단위를 넘어 ‘시간’ 단위로 더 유연하게 움직이게 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연차 청구나 사용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도 명시적으로 금지된다. ‘눈치 연차’라는 말이 아직도 통용되는 현실에서, 이 조항의 실효성은 결국 조직문화의 변화와 관리자 교육에 달려 있다.

시행 시기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휴게시간 관련 규정은 공포 후 6개월, 연차 분할 사용과 불리한 처우 금지 조항은 공포 후 1년부터 각각 시행된다. 다만 준비 없이 맞이한다면 사업장에서는 낭패를 보기 쉽다.

인사·노무 담당자라면 지금부터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먼저 4시간 근무 후 즉시 퇴근을 희망하는 근로자의 신청 방식을 서면 또는 전산으로 미리 정비하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신청 기록이 없으면 분쟁 시 사용자가 불리해질 수 있다. 또한 시간 단위 연차의 사용 범위, 신청 절차, 운영 방식을 법 시행 시기에 맞춰 취업규칙에 반영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 청취 절차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 관리자들이 개정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기존 관행을 유지한다면 노사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만큼, 관리자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편의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근로자가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리를 법으로 보장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이를 부담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보다 유연하고 자율적인 근무 환경을 만들어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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