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광화문의 BTS

@김꽃비 독립기획자 입력 2026.04.01. 08:23
김꽃비 독립기획자

‘칠흑 같던 밤들 속, 서로가 본 서로의 빛. 같은 말을 하고 있었던 거야 우린...’

아미(ARMY)였던 친구의 간곡한 영업으로 듣기 시작해 어느새 빠져 버린 곡, 몇 년간 끝없이 반복 재생하며 들었던 BTS의 ‘소우주(Mikrokosmos)’가 광화문에 울려 퍼졌다. 2019년 발매된 이 곡은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힘을 뿜으며 빛나는 별들을 노래한다. 2026년의 광화문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 있을까. 탁월했던 엔딩곡을 뒤로한 채 BTS는 무대 뒤로 퇴장했고 소우주의 마지막 멜로디가 광화문에 계속 울려 퍼지며 전 세계 팬들을 배웅했다.

지난 3월 21일, 약 4년 만의 공백 끝에 BTS가 완전체로 컴백했다. 장소는 다름 아닌 광화문. 정규 5집인 ‘아리랑’ 발매 기념 무료 공연을 열었고, 이 무대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넷플릭스의 집계에 따르면 라이브로 진행된 최초 스트리밍과 이튿날 24시간 동안의 시청자 수가 1천84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4년 만의 완전체 컴백, 한국인의 뿌리를 담아낸 아리랑, 넷플릭스의 전 세계 생중계 등 수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집중한 것은 역시 광화문이라는 컴백 장소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광화문에서의 컴백이라니!’ 광화문은 단순히 서울의 한복판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시민성이 응축된 상징적 공간이다. 국왕이 드나드는 정문이자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의 정문이었던 광화문은 조선의 정치와 행정의 중심이었고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겪으며 훼손과 복원을 거듭했다. 지금은 한국을 찾은 전 세계 K팝 팬들이 가장 먼저 방문하는 문화의 관문이자, 시민들의 광장으로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장소가 됐다.

특히 2026년의 광화문은 더욱 특별했다. 광화문 광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상징적인 공간이었지만 색색 빛깔의 응원봉으로 거리를 가득 메웠던 ‘빛의 혁명’을 통해 다시 한번 강렬한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낸 다음이기도 했다. 이는 비단 한국인들만의 기억이 아니다. 전 세계에 유례없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행보를 보여줬고, K팝 만큼이나 유명해진 ‘K민주주의’라는 수식어를 만들었다. 역사적 상징성 위에 시민들의 기억이 덧입혀지며 현재 시점에서 가장 한국적인 감각을 대표하는 무엇이 있다면 광화문이 아닐까라는 선택에 격하게 동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광화문을 컴백 무대로 택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용기와 도전이었을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뿌리로 삼겠다는 문화 정체성의 선언이며, 세계로 나아갈 무대를 확장하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현재를 살고 있는 BTS의 방점과 세계의 시선이 느껴지는 그야말로 뜨거운 무대였다.

물론 아쉬웠던 점도 많았다. 지난 몇 년간 가슴 아픈 참사를 경험하며 안전에 대한 예민함이 커진 상황이다. 과도한 통제와 봉쇄로 광장이 지닌 개방성과 공공성이 훼손되고 행정력이 과하게 투입됐다는 비판이 일었고, 예상보다 주변 상권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기사도 쏟아졌다. 수년간 모든 시민에게 열려 있었던 광화문 광장이 지닌 상징적 의미와 달리 강조된 ‘넷플릭스 독점중계’는 그 독점력에 비해 연출부터 송출까지 수많은 물음표를 남겼다. 광화문이기에 기대했던 장면들은 의외로 펼쳐지지 않았다. 이는 오랜 시간 컴백을 기다렸을 BTS 멤버들 스스로가 가장 아쉽게 느꼈을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익숙했던 풍경이 세계를 향한 무대로 열렸던 이 날, 대한민국에는 아주 낯선 하나의 챕터가 열렸다고 생각한다. 일률적인 칭찬과 포장의 언어들로 끝나는 무대보다 지금의 시끄러운 논쟁들이 반갑다. 이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시작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광주에 사는 사람으로서 금남로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낯선 상상들이 두근거리며 떠오르기도 했다. BTS가 쏘아 올린 광화문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방향으로 헤엄쳐 나아갈지 오늘도 열렬히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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