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빛과 실로 이어진 연결의 힘

@김꽃비 독립기획자 입력 2025.12.16. 18:22
김꽃비 독립기획자

수많은 빛으로 색을 내는 민주 광장의 트리를 바라보니 지난 겨울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추워진 날씨에 거리에는 연말을 알리는 크리스마스 전구들과 캐럴이 가득 찼지만 충장로 곳곳에 붙은 '임대', '폐업' 문구들이 어딘가 쓸쓸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 겨울, 색색의 응원봉으로 가득 찼던 거리가 다시 떠오른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80년 광주를 떠올리게 했던 '계엄의 밤'이 지나가고 국민들은 거리에서 저마다의 목소리로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춥고 시렸던 국민들을 위로했던 깊은 목소리가 기억난다. 바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스웨덴 한림원에서 들려준 '빛과 실'이라는 제목의 강연이었다.

광주에 대한 소설을 쓰며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라는 거꾸로 뒤집은 질문에 도달하게 된 한강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도 위로를 받았다. 죽은 자의 과거에서 연결된 현재와 산 자들의 고통이 왜 존재했는가를, 이 도시에 누군가 드디어 위로를 건네주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겨울 내내 도시 곳곳에는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는 다양한 축전들이 등장했다. 전국에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는 독서 붐이 다시금 일기도 했다.

그리고 벌써 1년이 흘렀다. 전국 각지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한강 작가의 모교에서 열린 '2025 연세노벨위크'에서는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기억과 연대'를 주제로 한강 문학이 던져온 시대적 질문과 인류 보편의 고민을 탐구하는 문학 축제가 개최됐다.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의 고향이자 문학적 영감이 된 장흥에서도 지난 10월부터 약 3개월간 릴레이로 다채로운 문학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11일 이틀간 광주에서도 '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 기념 국제포럼'이 열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이번 포럼의 첫째 날 1세션에서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번역한 4명의 번역가들이 참여해 '세계와 연결되는 언어'를 주제로 이야기를 들려줬다.

2세션에서는 '한강 문학과 함께한 1년, 그리고 그 이후'를 주제로 신형철 평론가, 이광호 문학평론가(문학과지성사 대표), 이기호 소설가, 이슬아 작가, 임인자 대표(독립서점 소년의 서)가 참여해 지난 1년간의 소회를 중심으로 한강 작가와 한국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둘째 날 3세션에서는 '한국 문학과 인문 도시 광주'를 주제로, 4세션에서는 '아시아 문학의 힘과 역동성'을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

특히 2세션에서 '고통을 이다지도 처절하게 다루는 작가'로서 한강을 기억하는 패널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인간이기에 다룰 수 있는, 신체를 가진 분투하는 존재의 이야기가 물질이 만능이 되고 파괴와 개발이 최선이 된 시대에 최후의 방어선이 될지 모른다는 의견이었다. 이를 통해 문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했다.

과거가 현재를 바꿨던 연결의 기록들, 죽은 자가 산 자를 살게 했던 연대의 용기들, 이 모든 것들이 작가님의 문장들을 읽으며 독자들의 마음 속에 빛과 실로 이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표면 아래로 뚫고 들어가는 힘, 진실을 만나고 그걸 살게 하는 힘, 우리를 연결하는 힘'이라고 문학이 가진 힘을 강조하셨던 한강 작가의 말씀처럼 문학으로 연결된 이 따뜻한 연대가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어쩌면 이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아닌 다시 우리 곁에 '작가 한강'으로 그를 되돌려 줄 준비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작은 고민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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