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노인복지 현장에서 일한 지 올해로 10년이 된다.
그 시간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어르신을 만났고, 수많은 돌봄의 장면을 목격했다.
그런데 이 10년을 돌아보면 언제나 현장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은 의사나 행정가가 아니라 바로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었다.
노인복지의 가장 최전선에서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사람들, 누군가의 일상을 지탱하는 마지막 손. 한국 복지의 '현장'은 결국 이들에 의해 굴러간다.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돌봄 노동은 말처럼 부드럽지 않다. 감정노동, 육체노동, 관계노동이 하루에 몇 번씩 뒤섞인다. 아침마다 어르신을 모시러 나가는 길, 휠체어를 들어 올리는 손목의 통증, 인지저하가 있으신 어르신들의 반복되는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마음의 소모, 가족들의 불안과 요구를 받아야 하는 긴장감까지. 돌봄은 '좋은 마음만 있으면 된다'는 종류의 일이 아니다. 숙련이 필요하고 체력과 인내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한국 사회에서 이 노동은 기묘하게 가벼운 취급을 받는다. 노동의 난이도에 비해 임금은 낮고 감정 소모는 크며 전문성은 인정받지 못한다. 정부 보고서에는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만큼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행정의 언어와 실제 복지 현장은 늘 몇 발자국씩 어긋나 있다.
필자는 노인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며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과 매일 부딪히고 함께 일한다.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면 이 직종이 결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매번 느낀다. 치매 어르신이 갑자기 불안정해져 손을 잡아줄 때의 그 섬세함,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설명하는 목소리, 조용히 어깨를 토닥여주며 버티게 하는 손길. 이런 돌봄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진심어린 이해와 감각에서 나온다.
나는 이 감각이야말로 요양보호사의 진짜 전문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전문성은 단순한 자격증이나 교육 이수로 판단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시간을 쌓고, 실패를 견디고, 매일의 감정을 삼키고, 다시 어르신 앞에 서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돌봄의 프로페셔널'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문제는 이 소중한 노동이 너무 빨리 소모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돌봄 시스템은 인력난이라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을 만큼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니 떠나는 이들이 많고, 떠나니 남은 이들의 부담이 더 커지고, 결국 그 부담이 다시 시스템의 취약성을 만든다. 악순환이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요양보호사 인력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 일의 가치를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아무리 인력을 충원해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젊은 세대가 돌봄을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는 이유도 단순하다. 힘든 일인데 존중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돌봄을 유지하려면 제도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인력 기준을 완화하든 시설을 늘리든 기술을 도입하든 결국 현장에서 어르신을 직접 만나는 사람은 요양보호사다. 그 손길이 따뜻하지 않으면 복지는 기능만 남고 사람은 사라진다. 그 온기가 사라지면 제도는 단지 행정서류만 남는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10년 동안 일하며 무너질 듯한 순간에서도 내가 이 일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결국 요양보호사 선생님들 덕분이었다고. 서로 의지하며 버티는 현장의 연대, 힘든 일 뒤에서 나누는 짧은 한마디, 어르신이 미소 지을 때 같은 순간의 기쁨. 이런 감정들은 숫자로 기록되지 않지만 돌봄의 본질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다.
초고령사회를 넘어선 한국은 계속해서 복지의 규모도 커질 것이고, 제도도 더 복잡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한 가지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요양보호사 없는 복지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돌봄의 가치는 말이 아니라 대우로 보여줘야 한다. 존중하는 사회만이 지속가능한 복지를 지킬 수 있다. 그리고 그 존중은 지금 이 순간 어르신의 손을 잡고 있는 한 요양보호사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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