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의 달 10월이 끝났다. 올해는 추석에 개천절과 한글날까지 겹치며 예년보다 훨씬 긴 황금연휴가 주어졌다. 약 10일에 걸친 황금연휴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쁨과 고민을 안고 바쁜 10월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예술계는 사실상 비상이 걸렸다. 1년 중 행사의 가장 성수기라 볼 수 있는 10월의 3분의 1을 연휴에 뺏기는 탓에 모든 행사가 나머지 20일에 집중되며 방문객 유치를 위한 고도의 머리싸움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남은 20일 중에서도 주말은 한정돼 있기에, 각자만의 매력을 뽐내야 했다. '반드시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지 않으면 이제는 눈 높은 방문객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어졌다. 사실 전국 어딜 가나 유사한 지역의 축제들에 대한 피로감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 돼왔다. 가득 늘어선 부스, 비슷한 체험프로그램, 유명 가수의 인지도에만 의존한 무대와 라인업마저도 흡사한 모습은 지역 축제의 존재 이유에 대해 깊은 의문을 던지게 했다. 이럴 때일수록 축제의 본질과 지역에 집중한 내공 있는 행사를 돌아본다.
광주김치축제는 무려 32년이라는 개최 기간만큼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그 내공을 인증해 온 축제다. 올해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간 '우주최광(光) 김치축제'라는 테마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풍부한 식재료로 음식문화가 발달한 남도의 맛 일번지 광주에서 1994년 시작돼 지금은 광주를 대표하는 미식 축제로 성장했다. 김치축제는 대통령상이 수여되는 '대한민국 김치경연대회'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개최하며 수많은 '김치명인'을 탄생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김치의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역할을 오랫동안 수행해 왔다. 김치산업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축제로 어쩌면 지금의 전 세계적인 K-김치 열풍을 묵묵하고 끈기 있게 만들어낸 고마운 공로자일 것이다.
특히 지난 2023년 30회 축제부터는 개최 장소를 남구의 김치타운에서 확장하고 김치 생산자와 시민들과의 접점을 넓혔다. 2023년에는 상무시민공원에서, 2024년과 2025년에는 광주광역시청에서 행사를 개최하며 김치를 주제로 한 다채로운 기획콘텐츠를 늘려나갔다. 실력 있는 로컬 맛집들의 이색 김치 메뉴가 가득한 '천인의 밥상', 김치명인에게 특별한 김치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는 '김치명인 마스터클래스', 각종 김장 재료를 게임으로 배울 수 있는 '김장오락실', 김치를 주제로 결성된 댄스팀 '스파이시 유니온'의 '김치송댄스 플래시몹' 등 즐길거리를 대폭 확대했다. 이를 계기로 김치를 단순히 음식이 아닌 광주를 담은 하나의 콘텐츠로 경험하게 만들었다.
또한 올해는 11월 1일 토요일에 진행된 메인프로그램 '대한민국명장 안유성쇼'를 통해 요리와 예술을 결합한 종합예술을 무대에 올리며 고품격 K-미식 축제로 성장한 김치축제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광주를 대표하는 스타셰프 안유성이 광주 김치를 활용한 '묵은지 참치롤', '명장텐동김치우동', '명장겉절이' 등을 선보였고 관객들은 김치를 미식으로 즐기는 방법을 새롭게 경험했다. 미식의 도시 광주와 광주 김치에 대한 안유성 명장의 애정과 노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6시내고향' 리포터로 얼굴을 알린 정재형 MC가 진행을 맡고, 국내 유일 전자오케스트라 '클래트릭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 무대에 올라 요리별 테마곡을 각각 선보이며 90분을 고품격 쇼로 꽉 채웠다.
김치를 맛보고 문화를 알리는 축제에서 나아가 이제는 김치로 독창적인 이야기와 창의적인 콘텐츠를 선보이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광주김치축제. 32년의 내공이 허투루가 아님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유명 가수 섭외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자원을 활용한 실속 있는 콘텐츠로 좌석을 꽉 채운 흥행성은 여타 축제에서 볼 수 없는 광주 대표 축제만의 자부심이다. 스타만큼 지역을 담은 우리 지역의 상징적인 축제로 앞으로도 김치축제가 계속되길 그 앞날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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