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제빵산업은 2021년 기준으로 약 12조 원의 규모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였다. 전문가들은 2026년 빵류 시장의 규모는 약 4.6조 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시장의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시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현장은 어떨까. 그들의 노동은 그들이 만드는 빵보다 값어치가 있까. 마르크스가 말했던 '소외론'이 지금 사회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픈런의 성지 라고 불리는 런던베이글뮤지엄(이하 '런베뮤')에서 일하던 26살 청년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했다. 불과 입사 14개월 만에 벌어진 참사다. 지난 7월 16일 고인은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스케쥴표와 카카오톡 대화내역으로 추정한 결과 고인은 사망 직전 1주 동안 80시간 일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휴무일에도 동원되었으며, 퇴근 이후엔 각종 서류 업무에 시달렸다. 사망 하루 전 아침 8시 58분에 출근한 그는 자정 가까이 퇴근했다. '한 끼도 못 먹었어.' 퇴근 중 연인에게 남긴 이 메시지가 그의 유언이 되었다.
유족은 고인의 죽음을 '과로로 인한 업무상 재해'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진행했다. 그러나 회사는 사후 수정이 가능한 스케쥴표 외에 근로시간을 기록한 자료 제공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과로사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산재 과정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
과로사는 노동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기 때문에 사업장이 협조하지 않으면 풀어가기가 어렵다. 고인은 지병도 없었으며 건장한 체격을 지닌 20대 청년이었다. 부검 결과 사인으로 단정할만한 기존 질병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회사는 이를 모른 척 부인하고 있다.
매년 과로로 쓰러지는 노동자들이 증가하지만 과로가 산재로 인정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 과로사 산재 사고 3건 중 2건은 근로복지공단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다. 지난 20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20~2025년 6월) 공단이 승인한 뇌심혈관계 질병 유족급여 승인율은 평균 35.7%에 그쳤다. 승인율도 매년 하락 추세다. 특히 뇌심혈관계 질병은 과로사의 대표적 사망 원인임에도 입증이 쉽지 않다. 추락사, 교통사고와 같은 사고는 사인이 분명하지만, 심장마비와 같은 뇌심혈관계 질환은 사업장과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가 여타 산재보다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만성 과로에 해당하는 명백한 과로사 산재다. 사망 직전 일주일간의 업무량과 시간이 이전 12주간 한 주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하면 과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고인은 한 주 평균 58시간에서 80시간으로 37% 이상 업무시간이 늘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휴게시간이 부족해 끼니를 거르는 것도 사망 직전주 내내 발견되었다. 빵집에서 일하는데, 빵 한개를 먹을 여유가 없었다.
26일 언론에 이 사실이 보도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렀다. 런베뮤 특히나 2030이 주 고객층임에도 막상 거기서 일하는 청년들은 목숨을 내놓고 일해야 하는 현실에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창업주 이효정 CBO는 카페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롤모델이 돼 유명세를 떨쳤다. 프랜차이즈 불황 속에서도 올해 6월 런베뮤는 2천억 원으로 JKL파트너스에 매각됐다. 언론 보도 불과 6일 전 창업주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나답게 살기', '우리 모두 귀한존재' 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다. 정작 본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그 귀한 존재에 포함하지 않았다.
베이커리 창업이 목표였던 청년도 나답게 살기 위해, 꿈을 위해 일하다 일터에서 죽었다. 대기시간이 기본 1시간임에도 추가 고용할 돈보다, 있는 사람을 쥐어 짜는 게 싸다. 회사는 업계가 원래 그렇다는 이유로 더 저렴한 선택을 했을 거다. 여전히 우리 일터엔 작은 전두환들이 너무 많다. 그렇게 만들어낸 2천억원은 청년들의 목숨값이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과로가 덕목인 것처럼 칭송한다. 사람이 쓰러질 때까지,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은 없다. 그런 일은 없어져야 한다. 이런 사회적 가스라이팅을 멈춰야 한다. 일은 하는 것이지 버티는 것이 아니다. 버티고 견뎌야 할 정도라면 그건 노동이 아니라 착취다.
OECD 회원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13년 1천750시간에서 2023년 1천717시간으로 33시간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 같은 기간 2천71시간에서 1천874시간으로 197시간 줄었지만 여전히 평균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중 4위다. 평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157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적정선이 필요하듯, 우리에게는 적정 노동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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