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영화의 미래

@김꽃비 독립기획자 입력 2025.09.16. 18:03
김꽃비 독립기획자

17일부터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한다. '작지만 권위 있는 영화제'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1996년 9월 첫 개막식을 열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단순한 영화제의 위상을 넘어 한국 영화산업이 걸어온 궤적을 나타내는 상징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며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지역의 균형발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서울이 아닌 도시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영화제를 개최하는 도전이 시작됐고, 지금은 명실상부 아시아 영화 교류의 거점이자 세계 영화인들이 사랑하는 영화 축제로 성장했다. 2011년 개관한 부산국제영화제 전용 영화관인 '영화의 전당'은 부산의 랜드마크가 돼 매년 수많은 배우와 관객들을 초대하고 있다.

30여 년의 세월 동안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문제 삼아 부산시가 영화제의 예산을 삭감하자 영화제의 독립성과 작품 속 표현의 자유에 대한 쟁점들이 국제적으로도 큰 이슈가 됐다. 2023년에는 조직의 내부적인 문제들도 불거지며 영화제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큰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소비가 확산되며 '영화 관람=극장 방문'이라는 문법 자체가 바뀌다 보니,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국제 영화제의 역할이라는 고민이 더해지고 있다. 이는 비단 부산국제영화제만의 고민만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영화'와 '극장'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현재 국내에서도 4주 연속 1위 흥행을 이어가고 있으며 북미에서도 최다 관객을 모으는 등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극장으로 관객들을 불러 모은 이유는 원작의 팬덤이 워낙 탄탄한 까닭도 있지만 폭발적인 액션과 화려한 영상미, 압도적인 음악 연출로 영화관에서 볼 때와 집에서 볼 때 그 경험이 완전히 다르다는 공식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특히 4DX로 보았을 때 만족도가 극대화된다는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며 4DX 상영관의 좌석들이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광주에서는 상영관이 부족해 아쉬울 정도였다.

레이싱 영화 'F1: 더무비'도 마찬가지다. 스릴 넘치는 레이싱의 생동감을 담은 영화로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영화'로 알려지며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올해 개봉작 중 누적 매출 1위에 올라섰다. 극장은 이제 단순한 영화 상영의 공간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 장소로 변모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창작자들의 시도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영화 '부산행',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최신작 '얼굴'은 초저예산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저예산이지만 높은 기술적 완성도와 탄탄한 연출로 극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현재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작품의 제작 규모를 기존 상업 영화 3분의 1 규모로 축소해 약 3주라는 빠른 기간 내에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최소한의 보수만 받고 참여했으며, 영화의 흥행만큼 지분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다. 제작팀의 규모가 작아지니 제작비도 줄고, 기동성은 늘었다. '믿고 보는 배우', '거대 투자' 등 흥행 성공을 위해 답습되던 영화 제작 환경을 떠나 새롭게 시도된 창작 방식에 많은 이들이 호응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도 마찬가지다. K팝 콘서트가 갖는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영화에 접목했다. 무대와 스크린이 줄 수 있는 각각의 경험 경계를 허물며 '퍼포먼싱 영화'라는 새로운 장르가 개척되고 있다. 케데헌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현재 미국 빌보드 각종 차트들을 모두 석권하며 어마어마한 팬덤 열풍을 이어가는 중이다. 영화가 영화로만 그치지 않는 시도들이 세계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1895년 영화의 창시자라 불리는 뤼미에르 형제가 상영했던 작품을 떠올리면 지난 수십 년간 영화는 꾸준히 변화해 왔다. 앞으로도 영화는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공존하는 창작의 무대가 될 것이다. 새로운 차원의 경험 예술로서 만나게 될 영화의 미래를 관객으로서 열렬히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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