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20년 넘은 기초생활수급제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신승준 한국청년위원회 광주시위원장 입력 2025.08.26. 17:33
신승준 한국청년위원회 광주시위원장
신승준 한국청년위원회 광주시위원장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규모를 지니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국민이 기초생활보장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간다. 2023년 기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약 25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20~50대 즉 생산가능연령층도 약 28%를 차지한다.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단순히 고령층의 안전망이 아니라, 여전히 노동연령대의 생활 안정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몇 가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수급자격이 상실되는 구조로 인해, 수급자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근로소득을 회피하게 되는 '수급의 덫(welfare trap)' 현상이 발생한다. 둘째, 탈수급 이후에도 불안정한 고용·주거·의료지출로 인해 다시 수급자로 재편입되는 '재진입(churning)' 현상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셋째, 급여별(생계·의료·주거·교육) 지원체계가 충분히 정교하지 못해, 교육·주거 부문에서의 지출 압박이 빈곤 탈출을 어렵게 만든다. 이 3가지 문제는 결국 가난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평생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필자 역시 이러한 제도의 한계를 직접 경험한 바 있다. 20대 초반까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냈지만, 탈수급을 하면 교육급여와 같은 지원이 끊기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없었다. '수급자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일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모순 속에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결국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어머니가 타인의 이름을 빌려 일을 해야 했다. 이는 제도의 구조적 한계가 한 가족을 불법의 영역으로 내몰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행인 건 최근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가 도입한 안심소득 제도다. 안심소득은 기본소득처럼 모든 국민에게 동일액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득이 기준 이하인 가구에 부족한 부분만큼 차등적으로 보전하는 제도다. 예컨대 기준소득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실제 소득이 60이라면 부족한 40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지원액이 점진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일을 더 할수록 실제 가처분소득이 증가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서울시가 실시한 시범사업 결과에서도 이러한 효과가 확인됐다. 참여 가구는 기존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보다 근로 참여율과 소득 증가율이 높았으며, 탈수급 가능성도 뚜렷했다. 이는 안심소득 제도가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나타나는 '탈수급 회피' 문제를 보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모델인 부의소득세(Negative Income Tax) 실험이 진행된 바 있으며, 근로 의욕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강화되고, 자녀 교육·건강 투자 확대 등 긍정적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물론 안심소득에도 한계는 있다. 지원액 산정 과정이 복잡해 행정비용이 늘고, 소득파악의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왜곡될 수 있다. 또한 기준선 설정에 따라 새로운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안심소득은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며, 탈수급과 자립 유인을 높이는 방향에서 중요한 실험적 가치가 있다.

향후 제도 개선은 몇 가지 원칙을 필요로 한다.

첫째, 탈수급 이후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주거·의료 부담을 완화하는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둘째, 근로소득 공제와 자산형성 지원을 확대해 노동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탈수급 이후 중산층으로의 계층 이동을 촉진할 수 있는 교육·훈련·자산 프로그램을 결합함으로써 단순한 빈곤 완화가 아닌 사회적 투자로서의 복지가 실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탈수급이 확대되면 세수가 증가하고, 재원이 다시 복지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정책 설계 단계에서 명확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지난 20여 년간 빈곤 완화에 기여했지만,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생계보장을 넘어 자립과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로 발전해야 한다.

안심소득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토대로, 보다 정교하고 지속가능한 복지제도를 설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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