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책임이 따르지 않는 자유

@임태균 일러스트레이터 입력 2025.08.19. 18:11
임태균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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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국민 개개인에게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그 자유를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도록 일정한 의무를 부과한다. 제12조와 제37조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공공복리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됨을 명시하며, 시민은 자유를 누리는 대신 책임을 져야 한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신앙의 자유는 헌법상 보호되지만, 그 자유가 사회적 피해를 유발하거나 공익을 해치는 방식으로 행사될 경우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오랜 시간 정신적·문화적 기반으로 작용해 왔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며 사회적 다양성을 이루어왔지만, 21세기에 들어 종교는 신뢰를 점차 상실하고 있다. 제도적·사회적 문제들이 누적되면서, 종교가 단순한 신앙 공동체를 넘어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추구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행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 따르면, 종교단체는 비영리법인으로 분류돼 상당한 세제 혜택을 누린다. 헌금이나 시주 등 대부분의 수익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며, 재산세와 취득세도 감면된다. 일부 종교 지도자는 사례비를 통해 수익을 얻지만, 과세 기준과 신고 의무가 느슨해 실질 과세율은 낮은 편이다. 일반 시민이나 기업과 비교하면 구조적 특권이 존재하며, 이는 사회적 신뢰 약화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종교가 정치에 개입한 사례는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1970~80년대 통일교는 박정희·전두환 정권과 긴밀히 협력하며 반공과 경제 개발 명분으로 정권 사업을 지원했다. 해외 사업과 북한 관련 활동은 정치적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됐다. 2003년 신천지는 서청원 의원 당대표 경선에서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원했고, 2007년 대선에서는 신천지 신도들이 후보 지지 활동에 참여했다는 문서와 증언이 존재한다. 일부 신천지 인사는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정치권과 연결돼 있었으며, 코로나19 대구 집단감염 시 명단 제출 지연과 정치권 접촉 시도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는 종교가 신앙을 넘어 조직적 동원력과 재정력을 기반으로 정치에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미국은 종교단체가 정치 활동을 하면 세제 혜택을 박탈할 수 있는 '존슨 수정조항'을 적용하고, 프랑스는 헌법적으로 정교분리를 명시해 종교가 공적 자원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한국도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나, 실질적 제재는 미흡하다.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문제다.

최근 종교에 대한 신뢰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특정 종교단체가 방역 지침을 위반해 집단 감염을 일으킨 사건은 종교가 공공선보다 집단 이익을 우선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경험은 종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켰다.

통일교는 해외에서 특히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일본에서는 정치권과 결탁하고 신도에게 과도한 헌금을 요구하며 사회적 파문을 일으켜, 결국 정부가 사실상 퇴출 조치를 내렸다. 한국 내에서도 통일교는 여전히 활동 중이며, 최근 정치권과의 연계 의혹, 부동산·자금 운용 문제 등으로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증언과 소송이 계속되고 있으나, 제도적 규제는 미흡한 상태다.

한국 종교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려면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세제 혜택의 합리적 조정, 정치 개입에 대한 강력한 제재, 피해자를 보호할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종교는 자발적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국가는 공정한 제도를 통해 종교가 공익을 실현하는 구조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야 한다. 냉정한 현실 진단 끝에, 종교가 진정한 미래 가치를 가지려면 권력과 자본의 유혹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책임을 다하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 그것만이 한국 종교가 사회적 의미와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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