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기후위기시대, 축제의 고민

@김꽃비 독립기획자 입력 2025.08.05. 13:47
김꽃비 독립기획자

몇 년 전부터 축제나 공연, 투어 등 야외 이벤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 되고 있는 것은 단언컨대 '날씨'다. 기후위기시대가 도래하면서 갑작스런 폭염과 폭우는 물론 파괴적인 태풍, 예측할 수 없는 기온변화 등은 야외 행사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한 장소로 밀집하는 축제 현장에서는 이 같은 날씨의 변화가 안전문제와 직결될 수 있어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기후위기시대가 도래하면서 날씨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영역이 돼가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은 기상청이 예보를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 정도로 기후위기와 변화의 심각성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더욱 그렇다. 한국의 장마 패턴은 예측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의 장마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면서 체계적인 안전 관리와 사전 대비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중이다.

지난달 17일, 광주에서는 하루 동안 최대 4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수많은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 도로와 건물이 침수되고 안타까운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며 피해복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게다가 며칠 전 또다시 천둥 번개를 동반한 집중호우가 발생하며 많은 이들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광주 전남 지역에서는 침수피해 복구를 위해 예정됐던 여름 축제들이 상당수 연기되거나 취소되기도 했다. 기후위기시대 과연 앞으로도 안전한 축제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

지난 2023년 전북 새만금에서 개최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실패한 국제행사'로 기록되는 오점을 남겼다. 장소 선정, 인프라 부족, 미숙했던 준비, 조직체계 미흡 등 여러 문제들이 실패 요인으로 분석됐지만 그중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 것은 야외 행사에 가장 중요한 기후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점이었다.

극심한 폭염과 폭우 등 악천후가 겹치며 참가자들의 열사병과 탈진사례가 늘어났고, 태풍 '카눈'까지 북상하면서 안전관리에 대한 문제가 전면으로 등장했다. 결국 행사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전면 철수되거나 변경됐다. 전세계 청소년들이 집결하고 야영활동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며 세계시민으로 우애를 다지는 축제의 장인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참여자들에게 불쾌한 추억만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앞서 2021년 팬데믹의 혼란 속 개최된 도쿄올림픽에서도 폭염은 큰 문제가 됐다. 팬데믹 리스크 속 강행된 대형 국제 행사였기에 감염 확산과 선수 격리 등 문제점이 많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했던 폭염이 대회 참여자들의 안전 이슈로 이어지며 큰 논란이 됐다. 이처럼 대규모로 진행되는 행사들은 예측할 수 없고 대비마저도 어려워지는 기후 리스크 속에 성공적인 개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계절마다 만나는 꽃축제, 눈축제, 특산물축제를 비롯해 여름철 야외무대를 뜨겁게 달궜던 뮤직페스티벌이나 거리를 들썩이게 만드는 퍼레이드 등 축제 현장은 기후위기시대를 맞아 점점 더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오랜 기간 준비했던 행사들이 갑작스런 재난으로 직전에 취소되거나 기약 없이 연기되는 일도 잦아진다. 축제를 위한 안전한 무대와 적절한 시기를 찾는 것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지역을 브랜딩하고 문화와 관광사업을 촉진하는 축제는 중요한 경제적 자원이다. 다만 지역성과는 무관한 거대한 무대와 설치물, 비슷비슷한 아티스트와 프로그램들, 축제가 끝나면 버려지는 수많은 일회용 홍보물 쓰레기 등 우리에겐 숙제가 아주 많다. 기후위기시대에도 축제는 우리 삶에서 계속돼야 하기에, 변화하는 삶의 모습만큼 새로운 시대의 축제를 향한 고민이 필요하다. 열심히 준비한 행사를 갑작스런 기후 재난에 매번 취소하는 방식은 최선이 아니다. 이 방식을 고수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낭비가 발생한다. 오히려 기후위기시대를 대비하는 장소와 일정의 선정, 축제의 규모, 관객의 발굴, 콘텐츠 기획, 홍보의 방식 등 새로운 시대 축제의 철학과 방식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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