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견제받지 않는 광주의 권력들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입력 2025.07.29. 17:10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이 자신의 저서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쓴 이 말은 투표를 독려하는 멘트로 자주 인용된다. 투표할 권리를 포기하면 정치가 부패하고, 평가받지 않는 정치인들은 본인들의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보다 정치를 더 부패하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다. 지난 26일 광주시의회가 개원 이래 처음으로 무소속 시의원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위원장에 선출하는 과정에서 '밀실 쪽지 투표'가 이뤄진 정황이 드러났다. 공식적인 절차도 부재했고 표수도 공개되지 않은 채 합의 추대라는 이름으로 위원장을 선출해 발표했다. 선출된 위원장은 지난해 음주운전 단속 적발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심창욱 의원이다.

예결특위는 광주시의 예산안과 결산, 기금 운용계획 등을 심사하는 핵심 기구다. 연간 1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움직이며, 시의 재정 운용의 방향성과 건전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산과 결산을 깊이 있게 심사하는 자리인 예결위원장을 밀실정치를 통해 선출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진상조사 결과를 통해 28일 예결위 소속 의원 9명을 윤리심판원에 회부했다.

놀라운 것은 사태를 해석하는 시의원들의 태도였다. 예결위 소속 A 시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결국 선출직은 권력의지가 강한 사람이 차지하게 돼 있다', '권력 구도의 재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라고 발언했다. 권력의지와 그에 뒷받침되는 배경만 있다면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적 절차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과 같다. 정치의 본질을 완전히 왜곡하는 발언이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 영역은 민주적 절차 위에 존재한다. 이번 사태에 대한 당사자로서 최소한의 성찰을 한다면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을까? 사과와 반성이 먼저여야 한다. 해당 의원은 22년도 지방선거에 무투표 당선자로 의회에 입성했다. 견제 세력이 없으니 유권자도 무섭지 않은 것이다.

2022년 지방선거 광주지역 무투표 당선자는 12명이다. 심지어 이 12명 중엔 구청장도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1명을 뽑는 선거구에서 후보자가 1명이거나, 후보자가 지방의회 선거구의 의원 정수를 넘지 않을 경우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선거일에 그 후보자를 당선자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투표도 치르지 않기에 선거운동도 법으로 금지된다. 선관위는 이들에 대한 정보가 담긴 공보물 등도 제공하지 않는다. 찬반 투표도 없기에 유권자들은 투표용지조차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다. 어떤 곳에선 이렇게 기본권이 박탈당하고 있는데, 투표 독려가 무슨 의미인가. 지방선거의 가치는 퇴색된 지 오래다.

광주시의회 23석 중 21석은 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개원 이래 단 한 번도 민주당이 절대다수가 아닌 적이 없다. 본선거보다 민주당 내부 공천 선거가 더 치열할 정도로 광주의 정치지형은 기울어져 있다. 긴장할 이유도, 무서울 것도 없는 것이다.

민주당은 해당 의원들을 윤리원 회부 주요 사유로 '당규위반', '해당행위', '국민의힘 소속 의원을 부위원장으로 선출' 등을 들었다. 당파안배, 폐쇄적 권력구조 속 밀실정치, 민주적 절차 위배 등에 대한 반성보다 민주당 소속이 아니라서 죄송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방정치의 현주소가 이렇다.

올해 4월, 광주시의회는 역대 최다 청년 시의원이 입성했음에도 불구하고 7명의 청년 시의원들의 청년 관련 조례 발의는 지난 3년간 총 0건인 것이 확인되었다. 이들 모두 민주당의 청년 가산점을 받고 의회에 입성했다. 의정활동이 청년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할당제는 대표성과 무게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할당 없이 일반명부로 경쟁했어야 한다. 그 사이 올해 상반기 광주인구 140만 선이 붕괴하였다. 주 이탈층은 역시 청년이다.

그럼에도 역시 민주당은 두려운 것이 없다. 아무도 견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감투 분배만 남았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이 권리 위에 잠자는 것보다 더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 더 나은 지역사회를 위한 대안은 복합쇼핑몰 건립도, 개발 논리도 아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기울어진 정치 지형을 돌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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