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의 3화와 4화는 대학병원 신입 간호사가 태움으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선배 간호사의 괴롭힘에 시달리던 신입 간호사는 의사의 처방대로 환자에게 약을 투여했지만,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자 의사는 신입 간호사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운다. 신입 간호사의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괴롭힘 가해자들과 병원에서는 조직적으로 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 견디다 못한 신입 간호사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유령으로 노무사 노무진 앞에 나타나게 된다. 노무사 노무진은 그녀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끝내 진실을 밝혀낸다.
이는 실제 서울의 모 대형병원에서 발생한 괴롭힘 및 업무과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입 간호사의 안타까운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라는 의미의 태움은 소위 똥군기, 갈굼 등으로 간호사 사회에서 은어로 불리는 말이다. 긴박한 의료현장에서 간호사 10명 중 7명은 태움 문화를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를 해도 오히려 2차 가해 등 괴롭힘이 심화된다는 등의 이유 때문에 결국 침묵하고 참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도 어느덧 만 6년이 돼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태움 문화, 이대로 괜찮을까?
태움 문화는 더 이상 조직 구성원의 개인 문제로 치부하면 안 되며 조직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간호사 조직은 선후배간의 위계질서가 확고한 수직적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또한 병원의 간호사 인력의 부족 등으로 인한 담당 업무가 과중돼 있고 태움 자체를 간호사 교육 방식 중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문화에 대해 순응하지 않을 경우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조직 구조적 한계로 인해 지속 발생한다.
이러한 태움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 그리고 제도적인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단순한 형식적인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이 아닌 사안별, 직급별 구체·개별적인 예방교육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사내에는 언제든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익명을 보장해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소통 창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종합병원급 이상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및 처리 절차 시스템은 갖춰져 있긴 하나, 실제 신고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신고 후 비밀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반드시 비밀 유지에 중점을 둔 고충 처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중간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등을 실시해 문제되는 괴롭힘의 행위에 대한 방관이 아닌 중간 관리자 급에서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간호사의 인력 재배치 및 명확한 업무 분장 등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의 업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발생시 병원에서는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할 수 있어야 하며, 신고와 관련한 내용이 누설되지 않도록 비밀 유지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외부 전문가를 통해 조사의 객관성을 갖춰야 하며, 신고 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유급휴가 명령, 행위자와의 분리 조치 등의 적극적인 조치 의무를 행해야 한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경우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인사 처분을 해야 하고, 추후 2차 피해 발생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이처럼 괴롭힘 예방 교육 및 사내 신고 체계 시스템 강화를 위한 조직적 차원의 노력이 선행됐을 때 태움 문화 근절에 한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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