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가 출범하며 문화예술 생태계가 재구축되길 바라는 기대들이 모아지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 비타민 같은 일상의 활력이 필요한 시기, 오는 26일 목요일부터 29일 일요일까지 반가운 지역의 행사가 열린다. 제14회 광주독립영화제 '비타민 F(ilm)'이다.
올해 영화제에는 '비타민 F(ilm)'라는 슬로건이 붙었다. 삶에 지친 관객들에게 영화가 비타민 같은 활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공식 포스터에는 상큼함을 뽐내는 오렌지와 레몬이 가득 담겨 있다. 영화제는 26일 목요일 광주극장에서 진행되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광주극장과 광주독립영화관(GIFT) 두 곳에서 진행되며 총 26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개막작은 오재형 감독의 '소영의 노력'으로 삶의 모든 순간이 무대에 서는 것과 비슷한 장애를 가진 무용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개막작은 배리어프리 영화로 준비돼 접근성 개선에도 노력하고 있다.
광주독립영화제는 팍팍한 지역 영화 제작 현실에서도 전국에서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상징적인 영화제로 꼽힌다. 특히 광주와 전남 등 우리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가 높은 비율을 차지해 지역의 창작자들에게 소중한 작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메이드 인 광주'에서는 광주의 영화인들이 지역성과 동시대성을 담아 직접 제작한 작품들이 상영되고, '광주 신진 감독전'에서는 새로운 감각과 시선을 가진 젊은 감독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지역 영화계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있다. 또한 '5월 이야기'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루는 다채로운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해 광주 영화제로서 그 의미가 깊다.
영화제가 진행되는 광주극장과 광주독립영화관(GIFT)도 우리 지역 영화 현장에서 상징적인 공간이다. 1935년부터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단관극장 광주극장은 이제는 광주 유일을 넘어 국내 유일의 단관극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에서는 주인공 금명이 일하는 '깐느극장'으로 등장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기업 극장이 대부분인 광주 지역에서 독립영화를 1년 내내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광주독립영화관 또한 중요한 공간이다. 2017년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전용관 설립지원 사업에 광주가 선정돼 문을 열었으며 상업영화와는 또 다른 미학적, 실천적 방법으로서 독립영화를 꾸준히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왔다.
지역 문화예술의 자생력을 증명하고 실험적인 시도와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지역 중심의 영화제는 콘텐츠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역의 토양에서 고유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우리 도시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를 만든다.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콘텐츠들이 수많은 플랫폼으로 쏟아지는 시대, 관객들은 흥행 문법에 과도하게 치우친 마라맛 작품들에 열광하면서도 일상의 쉼표가 되는 박하향 작품들도 함께 원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독립영화제는 이런 새로운 시도의 작품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기회를 만든다.
뿐만 아니라 흥행에 성공한 영화제는 지역의 관광자원으로서도 큰 역할을 한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무주산골영화제'는 오랜 기간 개성 있고 매력적인 기획으로 탄탄한 팬층을 끌어모으며 무주라는 도시의 새로운 관광 브랜딩을 이끌었다. 이제는 세계적 행사가 된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칸영화제'나 미국의 '선댄스영화제'처럼 소도시에서 시작된 영화제가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영화축제로 성장하며 지역과 공생하고 있는 사례들은 이제는 너무 익숙하다.
다만 지난 정부를 거치며 오랜 기간 입지를 다져온 지역 영화제들마저도 휘청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제 예산은 대폭 축소되고 지역 영화를 지원하는 예산들도 계속 줄어들며 광주의 영화제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 속 비타민 같은 활력을 자처하며 문을 여는 제14회 광주독립영화제를 광주 시민으로서 열렬히 응원하고 싶다. 올해도 다채로운 작품들이 가득하니 26일 목요일부터 4일간 개최되는 광주독립영화제를 꼭!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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