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광주에 '피해자다움' 요구하기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입력 2025.06.17. 17:53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역사는 정명이다. 어떻게 정의하고, 이름을 붙일 지가 결국 그 역사의 성격과 의미를 해석하고 결정한다. 하지만 광주사태에서 '민주화 운동'이라고 이름을 갖게 됐음에도 여전히 광주를 둘러싼 오해와 왜곡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니 오히려 진화한다.

가장 가까운 현대사이자 증거와 증언, 영상, 기록 등이 가장 많이 남았음에도 광주는 가장 많이 공격받는다. 인터넷상에서 광주에 대한 왜곡은, 극우적 역사관으로서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제는 광주를 조롱하고 혐오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히나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맥락 없는 혐오와 조롱에 더 쉽게 젖어 들어간다. 이것이 지닌 무서운 점은, 재생산에 있다. 그 '놀림'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은 무리에서 도태된다. 그 놀이를 학습하고, 정서적으로 받아들여야 무리의 일부가 되는 것, 그렇게 혐오는 재생산된다.

필자는 늘 극우사이트, 극우유튜버 등을 들어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한다. 왜곡도 트렌드가 있다. 요새는 어떠한 멘트나 자막 등도 없이 당시 외신기자들이 찍은 영상과 사진을 그냥 이어붙여 놓고 댓글로 작업을 한다.

시민군들의 사진 중 복면을 쓴 사람들, 차 위에 총을 들고 트럭을 손으로 치는 장면 등 조금 거칠어 보이는 이미지와 영상들을 보여준다. 어김없이 댓글에는 '시민군들 사이에 불순세력이 있다' '당시 폭동에 함께 했던 간첩 A씨의 증언이 있지만 정부와 관계부처는 이를 무시한다' 등 이런 비슷한 류의 댓글들을 달아놓는다.

상무관 영상에는 '태극기로 감싼 관은 군경의 관이고, 그렇지 않은 관은 폭도들의 관이다. 누가 폭도의 관에 태극기를 쌓겠나'와 같이 그럴싸한 댓글을 달아놓는다.

영상은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댓글이 여론을 만들고 댓글이 말한다. 이게 최근의 5·18 왜곡의 대표적 양상이다.

광복 이후 여러 국가폭력이 있었지만 학살 수준의 폭력에 직접 무장하고 맞선 역사는 5·18이 유일하다. 왜곡의 내용들은 대부분 시민군과 자치공동체를 이뤘던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저항권이 이들에게 가장 큰 타겟인 것이다.

필자는 이것은 '광주에 피해자다움 요구하기'라고 명명하고 싶다. 학살 수준의 폭력에 그냥 당했어야 하는데 감히 피해자답지 못하게, 저항하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5·18 당사자들은 빨갱이, 폭도의 누명을 벗었으나 이제는 보상에 전전긍긍하는 이해관계 집단이라는 새로운 왜곡이 시작된다. 끊임없이 5·18을 흠집내고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것이다.

첫 단추가 잘못됐다. 5·18유공자는 국가유공자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5·18민주유공자로 별도로 분류한다. 제주4·3도 마찬가지다. 4·19 혁명만이 국가유공자에 포함된다.

핵심은 국가가 가해자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다. 헌신과 희생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고 감사하는 것, 그것이 국가유공자가 내포하는 사회적 의미다.

1995년 특별법을 만들 때 5·18 희생자들의 국가유공자 지정유무가 뜨거운 주제였다. 하지만 보수세력은 유공자 지정에 강하게 반대했고, 결국 민주유공자라는 별도의 카테고리가 생겼다. 광주는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인정받아 본 적이 없다.

전세계적으로 국가폭력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기관들이 있다. 광주도 최근 국립트라우마센터가 생겼다. 이 트라우마 치유 기관 중 국가의 돈으로 운영되는 곳은 한국, 즉 광주 한 곳이다. 폭력의 가해자가 국가인데, 가해자의 돈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다른 국가는 모두 시민들의 후원 기업후원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그만큼 사회가 약해져 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 5·18의 진실들을 접하며 생각했다. '왜 국가가 학살하고 국가가 기념하지?' 늘 이것이 마음 한켠의 의문이었다. 사상 초유의 12·3 내란으로 정권이 바뀌고 새정부가 들어섰다. 정권은 교체됐지만 국가는 더 강해졌다. 12·3 내란을 통해 우리가 성찰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518은 정권의 폭력이 아니라 국가의 폭력이었다. 우리는 단순한 정권교체에 대한 정치적 성찰이 아닌, 국가권력 그 자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거대한 국가권력으로 인한 폭력도, '피해자다움' 강요하기도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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