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한 세대 만에 전쟁의 잿더미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냈다. 그 기적의 중심에는 초엘리트주의가 있었다. 능력 있는 소수를 철저히 선발하고, 고위 관료나 대기업 중역으로 진출하게 하여 국정을 운영하고 국가의 방향을 이끌게 했다.
서울대, 고시,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성공의 경로'는 국가의 효율을 끌어올렸고, 빠른 시간 내에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게 만들었다. 그 구조는 위기 시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하며 나라를 견인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체계는 사회 전반에 깊은 균열을 만들고 있다. 초엘리트주의는 점점 더 닫힌 문이 되었고, 그 문을 통과하지 못한 이들은 기회를 박탈당했다. 입시, 취업, 승진의 모든 관문이 '어디서 시작했는가'에 따라 결정되고, 이로 인해 사회는 점점 수직적으로 고착됐다. 출신 지역, 학벌, 부모의 배경은 보이지 않는 자산이 되었고, 그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 구조 속에서 청년들은 점점 더 소외되고 있다. 2024년 청년 실업률은 5.9%, 평균 부채는 1천637만 원. 이 가운데 학자금 대출, 전세자금 대출, 생활비 대출이 포함된다. 수도권 집값은 청년들에게 허상이 되었고, 월세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이 늘고 있다. 지방 청년이 서울로 진출하려면 학비와 생활비에 더해 주거비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이처럼 취업은 불안정하고, 거주는 불가능에 가까우며, 빚은 늘어난다. 결국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N포세대라는 단어는 낭만적 문장이 아니라 현실 통계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불균형은 단지 청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다양성과 신뢰가 무너지고, 기회는 소수에 집중되며, 국민 대다수는 불안과 좌절 속에 살아간다. 중산층은 붕괴하고, 지방은 고령화와 함께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초엘리트 중심의 의사결정은 국민 삶과 괴리된 정책을 낳는다. 사회는 경직되고, 불만은 축적된다.
최근 일부 초엘리트 권력층의 사법농단, 비상식적인 계엄령 문건 작성 등이 밝혀지면서 이 체제가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국민의 의사보다 권력 유지를 앞세운 결정들은, 초엘리트주의가 더 이상 사회 안정과 발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경고이자 민주적 신뢰의 붕괴를 뜻한다.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정치는 구조를 바꾸는 힘이다. 이번 대선에서 필요한 건, 기득권의 관성을 뛰어넘고 청년과 국민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출신 대신 경험과 과정이 존중받는 사회를 설계할 줄 아는 지도자. 청년을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주체로 여기는 그런 정치인이 필요하다.
초엘리트주의가 과거 한국의 성장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포용과 공정, 지속 가능성이 미래를 여는 열쇠다. 우리는 과거의 엔진을 계속 돌릴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 시작은 바로, 우리 한 표의 힘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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