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의 시선으로 본 역사가 진짜 역사다'. 소름 돋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1974년 '별들의 고향'으로 유명한 이장호 감독이 실제 기독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최근에 '하보우만의 약속'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이승만-박정희에 대한 왜곡을 다큐를 통해 바로잡겠다'며 제작 배경을 밝혔다.
2024년 영화 '건국전쟁'이 개봉했다. 이승만-박정희에 대한 긍정적인 재평가 작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건국전쟁'은 좀 달랐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 정치인들의 지지에 힘입어 개봉 2주 만에 43만 명이라는 관객 동원도 놀랍지만 눈여겨봐야 할 것은 대형교회들의 연이은 단체관람이었다.
세이브 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는 윤석열 탄핵 반대와 좌파세력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의 수호한다는 주장으로 등장했다. 주축 세력으로 부산세계로교회 등 대형교회가 있다. 이른바 기독극우세력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다양한 기도회부터 전국 각지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15일 광주 금남로로 모여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어떤 이들은 광주 시민들 누구도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광주의 역사적 맥락상 우파가 우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 2월 23일, 광주 서구 안디옥교회에서 전한길을 초청해 '대통령 탄핵 반대 광주·전남 애국시민 총궐기집회'를 진행한 바 있다. 해당 교회의 박영우 담당 목사는 광주의 전광훈이라 불릴 정도로 극우 성향이 강하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들의 성장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기존의 기독교 극우세력의 집단행동은 특정 이슈에 한정되어 나타났다. 주로 성적 다양성, 성소수자 이슈였다. 새로운 점은 이번 탄핵정국을 맞아 이들은 자신을 정치세력화하고 적극적인 정치 행동에 나섰다는 점이다. 마치 이념전쟁의 선포식과 같은, 이른바 신냉전시대의 도래, 그 중심에는 성경적인 것과 비성경적인 것이라는 새로운 이념들이 대립한다.
그들은 자칭 성경적인 관점에서 이승만과 박정희를 평가한다. 경제 대통령이었고, 북으로부터 남한을 지킨 난세의 영웅이자, 민주화 이전에 산업화가 있어야 했기에 그들이 독재를 선택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어떻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먹고사는 것 이전에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윤리라고 부른다. 필자는 이승만-박정희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도 동의하지 않고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백번 양보해서 그 평을 인정하더라도 그들은 너무나 많은 시민을 죽였다. 그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들의 업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자국민 학살이라는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 그것은 역사적 사실이지 이념이나 관점의 문제가 아니다. 왜 사실을 관점의 문제로 치환하는가?
2024년 10월 27일, 한국교회 연합예배가 서울 일대에서 진행되었다. 구시대적·근본주의적인 구호와 기도 제목에 더하여 더욱 놀라운 점은 축사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올랐다는 것이었다.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도 단상에 올라 '동성애 악법을 끝내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종교가 정치의 도구가 되는 순간이라 볼 수 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대다수 시민에게 국가폭력이라는 트라우마의 재현 시켰다. 동시에 국가가 언제든 나에게 총을 겨눌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남겼다. 필자는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대통령이 언제든 내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이 사태를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이것을 대통령의 구국 결단으로 이야기한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그것은 불법적 쿠데타였다는 것이다. 탄핵에 반대할 순 있지만 '그것은 내란이 아니다'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이 모든 폭력 앞에 '절대자의 뜻'이라는 명분을 세운다. 하나님의 관점으로 본 역사, 성경적이라는 인간을 어떠한 수동적 존재로 해석하는 단어로 명명한다. 그리고 이것이 보수세력을 만났고, 보수정당의 든든한 정치적 동반자가 되기를 자처한다. 나름 그간 보수의 품격을 운운하며 이들과는 거리를 두었던 국민의 힘은 이제 노골적으로 표를 의식하고 이들과 함께 행보한다. 누가 예수를 욕보이고 있는가, 누가 성경을 모욕하고 있는가?
1095년 프랑스 클레르몽에서 교황 우르바노 2세는 예루살렘 성지회복을 위한 전쟁의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군중은 화답했다. "하나님께서 그것을 원하신다!" 서양 중세사에 큰 영향을 끼친 십자군 전쟁의 시작이다. 십자군 전쟁이 기독교의 수치의 역사인 이유는 간단하다. 성스러운 전쟁이라며 떠들어대던, 그것이 신의 뜻이라 호도하던 교황과 성직자들이 사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세속적 권력과 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신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한 신성모독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의 기독극우세력은 한국판 십자군 전쟁을 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오히려 그들에게 물어야 한다. 이웃을 향한 차별과 혐오,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는 것, 기업이 된 것을 넘어 이제는 거대한 정교유착의 꿈을 안고 전진하는 한국교회, 진정 하나님께서 그것을 원하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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