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이토록 우스운 정치-야당 없는 한국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입력 2024.11.05. 17:22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지난 총선,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으로 몇 날 며칠 뉴스를 꽉 채웠다. 공천개입 뿐 아니라, 당내 주요 당직 인선부터 수상한 자금 흐름 정황까지 밝혀지며 온갖 녹취와 폭로들이 이어졌다. 정부를 향한 지속적인 입장 표명 요구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시정연설 불참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듯하다. 11월 4일 민주당은 서영교 의원을 중심으로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첫 회의를 진행했으며 같은 날 여당인 국민의 힘 한동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와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개각을 통한 국정기조 전환 등을 요구했다. 사실상 대통령과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언론사의 정치면을 장식한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는 모든 이슈를 흡수했다.

그리고 같은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결국 금융투자세 폐지에 동의했다. 이재명 대표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며 "원칙과 가치를 따지면 당연히 금투세를 개선 후에 시행하는 것이 맞으나 현재 대한민국 증시가 가진 구조적 위험성과 취약성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더하여 "정부·여당이 정부 정책을 갖고 야당을 공격하는 정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필자는 이러한 표현에 동의하지 않지만) '범진보·야권'이 과반 의석을 획득했다며 승리를 자축하던 당이 불과 채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유권자로서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자산의 격차가 삶의 격차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규제 장치를 없애고 명태균 사건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통해 야당은 탄핵만을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이 드는 지경이다.

'탄핵만 하고 싶나 봐요' 한 조합원이 모임 때 위와 같은 말을 했다. 명태균 게이트는 결코 가벼운 사건이 아니다. 그러나 널뛰는 물가, 극심해지는 양극화, 사라지는 일자리 등 삶과 직결된 문제들에 대해선 쉽게 타협하고 양보한다. 한국은 야당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한 국가를 운영할 실력자들이 없다.

이렇듯 매일 정치는 눈에 보이고 우리는 정치 뉴스를 접한다. 그런데 필자는 최근 들어 정치가 언제부터 내 삶과 이렇게 멀어졌을까 싶다. 정치권이 말하는 '시민'이란 단어에 나와 우리의 존재가 없다. 정치가 더 이상 나를 대변한다고 느끼지 않은 사람들은 정치 냉소를 이야기하고 민주주의에 관한 질문을 한다. 이러한 맥락들을 이해한다면 요즘 것들 정치에 관심 없다, '20대 개XX론'과 같은 소위 청년을 힐난만 하는 담론은 나와선 안 됐다.

정치는 중요하다. 우리 삶에 가장 긴밀하게 밀접하게 있는 것이 정치다. 하다못해 한 끼 식사 값과 같은 것들을 모두 정치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정치가 우스워지고 협소화되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

매주마다 5·18 광장 옆 회화나무 숲에서 열리는 윤석열 탄핵 집회가 열린다. 그리고 그 앞 횡단보도에는 많은 시민이 서 있다. 누군가는 주말 알바를 가기 위해, 누군가는 배달 콜수 한 개를 더 받기 위해, 탄핵보다 더 중요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 있는 시민들이 있다.

지난 10월, '소년이 온다'의 작가 한강이 노벨상을 받았다. 한강이 노벨상을 받았지만 여전히 오월 광주를 왜곡하고 보편적인 사회적 합의에 질문을 가장한 조롱을 던진다. 정치가 극단으로 치닫을수록 일상의 공론장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정치가 제 자리를 찾아갈 때 비로소 이 기나긴 냉소를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양극단을 향해 치닫는 싸움을 멈추고, 이토록 우스워진 정치를 멈추고 우리 삶을 위협하는 문제에 제대로 된 대안을 논의하는 성숙한 정치문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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