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일본의 등교 거부 학생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드러난 사회적 현상인 히키코모리.
히키코모리는 오랜 기간, 일반적으로는 6개월 이상 집에 틀어박혀 사회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행위나 그런 사람을 지칭하는 일본의 신조어이다. 이제 이 단어는 한국인인 우리에게도 익숙하고, 우리는 이런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은둔형 외톨이라고 지칭해서 부르고 있다.
필자가 이 히키코모리 또는 은둔형 외톨이라는 말을 접했을 때 이는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접하게 된 이유는 10대에서 20대의 어린 나이의 은둔형 외톨이가 많고, 이들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홀로 힘들게 살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다는 뉴스와 이야기를 접하면서였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현상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던 이유는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해 있는 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주변에서 흔하게 봐 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70세 이상의 노년층의 어르신들이다. 물론 모든 노년층 어르신들이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들리는 뉴스에서 경제적인 여유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어르신들은 대부분 쪽방에 지내시다 고독사하는 것으로 많이 접했다. 특히나 열대야에 가까운 폭염이나 혹한에는 이런 소식을 심심치 않게 뉴스에서 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은둔형 외톨이라는 말을 접했을 때, 맨 처음 노년층을 떠올렸다.
우리 사회에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1인 가구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중 하나가 70세 이상의 혼자 남은 노인분들일 것이다. 그렇게 1인 가구인 은둔형 외톨이로 사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우리는 그분들의 고독사를 더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은둔형 외톨이인 청년들을 접하게 되는 우리는 앞으로 청년들의 고독사를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이유로 자발적으로 사회와 단절하거나, 사회적 부적응으로 인해 은둔하게 되는 은둔형 외톨이의 특징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의 연락이 끊어진 상태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오랜 시간 동안 발견되지 않는 고독사와 이어진다.
두 현상 모두 사회적 고립, 정신적 건강 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보면 은둔형 외톨이를 해결하지 못한 우리 사회가 결과로서 받아보는 것이 고독사인 것이다.
고독사라고 하면 예전에는 70대 이상의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하는 2022년 통계치를 보면 단순히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나 1인 가구의 70%를 차지하는 청년, 노인 가구의 평균 소득이 전체의 절반도 못 미친다는 것을 감안하면, 청년, 노인층이 은둔형 외톨이와 고독사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대두되고 있는 문제가 중간에 끼인 세대라고 불리는 중장년들이 부모를 부양하면서 자립하지 않는 자식까지 이중으로 부양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힘들어하고, 본인의 노후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한다.
이는 은둔형 외톨이로 인해 일어나는 2차적인 사회문제로, 이미 일본에서는 8050 문제로 이야기되기도 하고 부모가 은둔 자녀와 동반 자살을 하거나, 반대로 자녀가 부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후 연금 수급을 위해 시신을 집 안에 방치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거기에 최근에는 이혼, 사별, 은퇴 등으로 40대 이후 자신을 고립시키는 남성들이 많아지면서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고령층의 노인분들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광주광역시는 2019년도에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2022년에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업을 시작해서 진행중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고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상 발굴도 어렵고 지원도 쉽지 않을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 이후 경제 침체에 빠져 고물가에 힘들어하고 있는 지금의 한국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 '네가 잘못된 건 남들보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야' 같은 생각을 강요받아, '내가 쓸모가 없고, 인정받지 못해 실패한 인생'이라는 편견은 접어둬야 할 때다.
열심히 살아도 삶이 좋아질 수 없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탓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 무언가 잘못되었고 나라가 고장 났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이 고장 났는지 모르면 고칠 수도 없다. 아니, 고장 났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고치려는 생각을 할 수도 없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방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시기가 지금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아직 은둔형 외톨이 규모를 추정할 만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들을 발굴하고 사회로 복귀시킬 국가적 차원의 시스템도 없다. 출산율이 0.65까지 떨어진 현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높일지에 대해서도 당연히 고민해야겠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삶을 포기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삶에서 행복한 가정과 아이가 생길 테니까 말이다. 임태균 광주시 북구청년정책위원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