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우리 사회에 더 많은 공론장이 필요한 이유

@김꽃비 독립기획자 입력 2024.06.04. 15:51
김꽃비 독립기획자
김꽃비 독립기획자

지난달 29일 전일빌딩 4층에서는 '민주·인권의 기억은 어떻게 연결되는가'라는 제목의 청년 학술콘서트가 열렸다. 5·18민주화운동이 있었던 광주를 비롯해 순천(여순항쟁), 경남(부마항쟁), 제주(4.3항쟁) 등 여러 지역의 국가폭력 사례 및 경험을 나누고 연대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특히 난민인권센터의 활동가이자 연구자인 박경주 활동가의 발제 중 우리 사회의 '분리의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결코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분리의 장면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곤 하는데 예를 들면 "정권 심판의 회초리를 들자!"라고 말하는 사람과 "회초리라는 말은 아동· 청소년에 대한 폭력의 상징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동시대를 사는 것이다. "해일이 일고 있는데 조개를 주울 것인가"를 걱정하는 사람과 "해일이 와도 기꺼이 조개를 주울 것이다"라고 외치는 사람이 공존한다.

중요한 것은 이 분리의 장면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누가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서로 너무나 다른 삶의 경험과 가치관을 누리고 살아온 사람들이 부딪히는 것으로 보인다. 분절되고 파편화된 사회 속 결이 다른 문제들이 '빠른 속도로 많이' 노출되다 보니 대화하고 소통할 물리적 시간 자체가 부족한 느낌이다. 차갑게 얼어 장벽이 돼버린 분리의 경계를 녹일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올해 44주년을 맞은 5·18민중항쟁기념행사의 대표 슬로건은 '모두의 오월, 하나 되는 오월'이다. 특히 올해는 기념행사의 핵심과제인 '미래세대로의 전승'에 부합하는 청년기획사업이 핵심 사업으로 신설됐다. 올해 제안된 청년기획사업은 '모두의 오월을 위한 공론장 만들기 프로젝트(에브리씽, 메이, 올앳원스(Everything, May, All At Once)'다. 사업은 8월까지 진행되는데 5·18을 향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론장 자체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청년들은 5·18과 자신의 삶이 점점 멀어지는 이유로 "눈앞에 닥친 일상의 문제들과 5·18정신을 연결할 수 없어서", "내 삶과는 너무 먼 숭고한 희생정신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를 꼽고 있다. 쉽게 말하면 "나와는 관련이 없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오늘날 청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혐오와 차별 지양, 공정한 사회, 다양성 존중, 연대와 공생 등)은 오월정신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다만 이것을 우리가 누군가의 가치가 아닌 우리의 가치로 연결할 수 있는 논의의 기회가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첫 번째 공론장은 구시청에 위치한 클럽 '심해'에서 열렸다. 심해에 자주 오는 팬들, 심해가 궁금했던 사람, 클럽에서 왠 5·18이야기인가 싶은 사람 등 각자의 호기심을 가진 이들이 방문했다. 현장에서 발화된 청년들의 목소리는 그 누구보다 5·18을 향한 진정성이 담겨있었다. "청년들이 5·18을 사랑하면서도 염증을 느끼는 이유", "오월정신, 광주정신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5·18이 가진 연대의 가치" 등 각종 논의가 이어졌다. 5월 18일 이른 아침 민주묘지에 방문해 추모의 묵념을 올리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사람과 새벽까지 음악을 크게 틀고 클럽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들이 함께 의견을 모았다. 어쩌면 지금 시점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편견을 가지고 분리해 오던 장면들을 연결하고 얼음장벽을 녹일 수 있는 낯설지만 신선한 토론의 자리를 끊임없이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돼 주는 것이다.

금남로는 오랜 세월 광주 시민들에게 광장이었던 공간이다. 매년 5·18 전야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전야제는 수많은 시간 동안 시대의 질문과 의견들을 담아냈던 민중들의 공론장이었다. '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는 책에서 변영주 영화감독이 이야기했던 "우리가 살면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끈질기게 소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문장을 소개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 분리의 장벽들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행복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 끈질기게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을 청취하며 공감해 볼 수 있는 공론장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이 생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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