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조 "나눔은 사랑"··· 27년 한자리 지킨 사업가, 나눔히어로가 되다

입력 2025.09.25. 13:28 한경국 기자
IMF 위기 등 견뎌낸 충장로 사업가
꾸준한 나눔으로 지역사회와 동행
가난했던 기억에서 배운 성실·검소
오늘은 이웃을 지탱하는 힘으로
정형조(70) 송학개발 대표가 동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눔히어로' 캠페인에 참여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나눔은 사랑입니다. 지역을 사랑하고 주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나눔은 가능해요."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광주사랑의열매)가 주관하는 '나눔히어로' 캠페인에 참여한 정형조(70) 송학개발 대표의 말이다. '나눔히어로'는 100만원 이상 기부자를 발굴해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함께하는 캠페인으로, 지난 4월 임택 동구청장이 1호로 참여한 뒤 불과 5개월 만에 동구에서 50인의 기부자가 채워졌다. 정 대표는 이 캠페인에 참여하며 50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자신의 나눔 철학을 지역사회와 나누고 있다.

정 대표는 단순한 기부자가 아니다. 그는 오랜 세월 지역과 함께하며 묵묵히 실천을 이어온 인물이다. 북구 임동에서 주차장 사업을 시작해 1990년대 말 동구 충장동으로 자리를 옮긴 뒤, 지금까지 27년 동안 한 곳에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IMF와 부동산 침체기 등 숱한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도 충장로에 뿌리를 내렸고, 이제는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의 출발은 넉넉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가난을 겪으며 '왜 우리 가족만 가난한가'라는 질문을 품고 자랐고, 그것이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남들보다 더 성실히 살아야겠다는 다짐 끝에 오늘의 자리에 섰다.

정 대표는 "자수성가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주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운이 좋았고 기회가 있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틈틈이 작은 기부는 해왔지만, 본격적인 봉사는 2023년 전북 수해 당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그 경험은 나눔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이후 10년간 구둣방 매출의 10%를 꾸준히 기부해온 한 부부의 이야기를 접하며, 그는 나눔의 지속성과 진정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정 대표는 "그동안 상황에 따라 기부를 했는데, 그분들을 보며 꾸준한 나눔의 가치를 알게 됐다. 일관되게 실천하는 모습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이런 마음이 쌓여 김수희 동구 복지정책과장의 권유로 '나눔히어로'에 동참하게 됐다.

그에게 나눔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사랑'이다. 상대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곧 나눔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사회는 보이지 않는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야 굴러간다"며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가 동구에서 나눔을 이어가는 이유도 이웃 덕분이다.

정 대표는 "과거 부동산 사기를 당한 적도 있었지만, 이곳에서 위기를 이겨내고 성장했으며 내 사람들도 얻게 됐다. 그러면서 애정이 생겼다. 나눔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 더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가난했던 시절 품었던 질문은 이제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손길이 됐다. 정 대표의 애정은 오늘도 이웃의 일상 속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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