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줄 사람이 없었어요"···가난에 짓눌린 아이들의 '꿈'

입력 2023.06.02. 13:57 안혜림 기자
[베이직 프로젝트 ②]
코로나19가 학습격차 벌려…'가난 대물림'으로
공교육 축소 학습 여건 미보장·'각자도생'
여건무관 공부하도록 저소득아동 지원
코로나19로 공교육의 역할이 축소된 가운데 한 아동이 혼자 집을 지키며 자습하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베이직 프로젝트 ②]

#. 90살 할머니와 생활하는 중학생 A(15)군은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영어 학습지를 끊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게 되면서 A군의 성적은 조금씩 하락했고, 급기야 수학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판정을 받았다. A군은 '공부를 더 잘하게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모르는 걸 물어볼 선생님도 없고 친구도 만날 수 없어 힘들다'고 호소했다.

A군은 등교 재개 이후부터 하교 후 복습을 자청했다. 그나마 선생님의 도움으로 정규 수업을 마치고 2시간씩 수학과, 역사, 과학 등 부족한 과목을 공부를 하고 있지만 이전의 성적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영어 공부에 미진함을 느끼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상 학원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부모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이 자녀 세대의 학습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가난의 대물림'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공교육의 틀마저 무너지면서 학생간 교육 격차가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일 교육부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학업성취도 미달 학생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1년 중학교 3학년 중 국어·영어 과목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각각 6%, 5.9%에 달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국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4.1%이고 영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3.3%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 비율이 각각 1.45배, 1.8배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로 공교육의 역할이 축소된 가운데, 충분한 생활환경과 학습 여건을 보장받지 못해 교육 사각지대에 내몰린 아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가정 아이들은 사교육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고 '각자도생'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실제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은 2019년에는 74.8%였으나 코로나가 확산되던 2021년에는 75.5%로 늘어났다.

가구 소득 수준별로 살펴보면,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에서는 사교육 참여율이 85%에서 86%로 늘었지만, 200만원 이하인 저소득 가구에서는 사교육 참여율이 47%에서 46.6%로 오히려 감소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측은 "공교육이 취약했던 기간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는 '집에 아이를 돌봐줄 어른이 상주하는지', '공부하기 편한 책상과 방이 있는지', '온라인수업을 들을 기기와 인터넷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 등 생활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3년 동안 크게 벌어진 저소득층 아이들의 기초학력 저하를 메꿔야만 가난의 대물림과 빈부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광주시교육청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SRB미디어그룹 등 3개 기관은 내년 5월까지 저소득층 학생 교육 지원을 위한 릴레이 나눔 캠페인 '베이직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경제적 여건으로 학습활동과 재능계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찾아내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정선 시교육감은 "가정적 여건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 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공부하고 꿈을 꿀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조덕선 SRB미디어 회장은 "많은 후원자들이 베이직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더 많은 아이들이 꿈을 실현하게 되는 선순환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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